창비교육 테마소설 시리즈
방황하는 소설
방황(彷徨):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는 뜻만 보더라도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이 어떤 불안을 머금고
있을지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은 독자자면 단편 <존재의 증명>을 통해
완전히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누군인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한 남자가 있다.
카페에 앉아 자신을 찾아내려 하지만
이름도, 주소도 신분을 증명해 낼 작은 단서
하나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커피나 가구 등 자신의 취향만은
고스란히 기억난다.
만약, 나도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
나는 무엇으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작중 인물처럼 기억이 사라진다해도
나의 취향만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나의 존재는 이름도 연락처도 주소도 아닌
취향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박상영 작가의 <요즘 애들>은
현재의 젊은이들의 고충이자, 지나간
나의 새내기 사회 생활의 모습을
회상하는 느낌이었다.
싸가지바가지(이건 이 표현이 제대로임)
선배 배서정을 회상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일의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느낀 이야기들.
이번 소설에서 왜 장류진 작가님의 향기가
나는 건지, 알 수 가 없네.
무튼. 처음은 원래 미숙하고 모자란 법인데.
우린 늘 잊는다. 마치 처음부터 프로였던
것처럼. 그리곤 말하지.
라떼는 말이야….
정지아, 박상영, 정소현, 김금희,
김지연, 박민정, 최은영
한국문학의 젊은 작가들의 글 속에서
만난 방황은 다채로웠다.
7편의 소설에서 말하는 방황은 불안 뒤에
숨은 그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연 작가의 <먼바다 쪽으로>에서
만난 과대망상 속 불안에 떠는 현태와
정소현 작가의 <엔터 샌드맨>의
끔찍한 사고 후 살아남은 지수를 통해
그 생각이 더 짙게 와 닿았다.
불안이 증폭될 때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방황은
어느 시기에만 나타나거나 또는 특정한
사람만이 겪는 경험이 아니라 누구나 각자의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날 수 있는
‘삶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방황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책에서 만난 방황하던 그들을 떠올리며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