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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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경민
궁금했던 작가님의 신작을 읽게 되었다.
나는 복어라니, 독을 품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 몸을 부풀리는 겁쟁이라는 건가? 표지에 그려진 남학생의 모습이 사뭇 반항적이게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슬픔을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이 반영된 이야기들에, 너무 많이 아팠다. 교직에 10년 이상을 몸담으면서 숱하게 진학시켰던 특성화고 아이들. 실습 중 크게 다쳐 트라우마까지 얻게 된 재석이의 모습을 보며 그간 뉴스를 통해 보아왔던 실습생들에게 닥친 크고 작은 사고들이 가슴에 들어와 박혔다. 그 즈음이었다. 내가 더 이상 특성화고를 함부로 권하지 않았던 것은. 실습생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현실은 어떤지, 특성화고 홍보 때는 전혀 알 수 없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야 나중에 듣는 이야기들은 그들을 학교에 보내고나서 듣는 그들의 인생 조각 중 아주아주 작은 일부분이겠지.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는 내가 무언가를 추천할 자격이 있는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그 길로 그들을 내몰 자격이, 과연 나에게 있는가.

그리고 또, 내가 모르는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알고 싶지만 모르고 싶고, 궁금하지만 도망치고 싶고, 파헤치면서도 두렵고 힘든 많은 진실들. 알면 무엇이 달라질까 싶으면서도 나의 근원을 알기 위해 알아내야 할 것만 같은 것들. 아마도 두현은 이런 생각이었겠지. 두현은 아빠를 만났을까. 아니, 아버지를 만났을까. 7년 전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시간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깨어질 때의 절망감, 혹은 안도감, 두현이 느꼈을 혼란스러움. 이 모든 것이 뒤엉켜 심장이 조여왔다.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현이에게는 따뜻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고, 언제든 와주기를 바라왔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있었고, 늘 곁에 있어준 친구 준수와, 새로 친구가 되었지만 많은 것을 나누게 된 재경이 있었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힘내라고 슴슴하게 건네는 그 말들에 담긴 힘들이 있었다.

각자의 힘겨운 삶을 짊어진 우현, 준수, 재경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학생들에게. 나 또한 별 것 아닌 말들로 깊은 위로와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학교에 있기에 눈물로 읽어낸 책이었다.


- 나는 그 냄새가 반갑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가 안쓰러웠고 괜스레 미안했으며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했다.

- 어쩌긴 어째. 열심히 살아야지, 난 대학도 갈 거야. 금형 기술로 아주 끝장을 볼 거야. 내 금형 역사의 시작은 지금부터야.

'내 역사의 시작'을 준비하는 나의 학생들이, 본인의 무기를 갈고 닦아 멋지게 능력을 펼쳐내길, 늘 기도하고 기도한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자신의 꿈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그리고 무엇보다,
두현이의 미래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충분히 그럴만한 친구니까, 두현은. 두현의 찬란할 앞날을 미리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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