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피어리어드 - LA 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하정아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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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분야, 타인의 삶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이 새삼 신기할 때가 있다.
그중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생을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은 에너지를 준다.

『그레이스 피어리어드』의 저자 하정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엘에이 인근 종합병원 회복실과 위장내과 검사실에서 일하는 간호사이다.
간호사 이전에는 편집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도 칼럼을 쓰고 있어서인지 문장이 술술 읽혔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땅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되리라. 남국의 짙푸른 녹음들..."
환자들이 병으로부터 기적에 이르는 경험을 담고 있기도 하고

"아기는 발을 떼고 제대로 걸을 때까지 약 3천 번 넘어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이유와 그것이 실패가 아닐 수 있음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고

"부드러운 것보다는 씹을 수 있는 마른 음식을... 천천히 그리고 철저히 씹어 먹으면서..."
돌보지 못한 내 몸에 미안해지는 요즘, 다시금 튼튼하게 세팅 할 수 있을 거란 용기를 준다.

"오늘 하루만 살면 되는 거라면... 나도 충분히 멋지게 살아낼 자신이 있다."
내몸 하나도 버겁게 바쁘고 피곤한 중에도 쓸데없는 상념이 떠오르는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깨닫게 한다.

"오늘을 처음 사는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인내심으로 지켜보아주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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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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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그렇고 동화 중에 잔혹한 내용이 은근히 있잖아요~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을 통해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판본 삽화도 실려 있는데, 그림도 꽤 충격적입니다. 

도대체 왜 동화에 잔혹한 내용을 담아 놓았을까요?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사회,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고 해요~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적은 것이 동화인 것이죠. 

그러한 내용을 묶은 것이 이 책인데요.


아래와 같이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1. 인간을 파멸시킨 잔혹동화

2.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

3.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

4.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동화


작품의 줄거리, 그리고 영어 원문과 해석이 적혀 있고

마지막에는 “내 문장 속 안데르센”이 있는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필사하면서 문장을 사유해 보게 합니다.


작품 연대표와 안데르센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록도 있어서 

재미로만 읽었던 동화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조금 더 깊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인어공주”가 양성애자였던 안데르센이 사랑한 남자에게 버림 받은 후,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글이라는 것이에요.


몰랐던 사실을 알고 동화들을 떠올리니 다르게 와닿더라고요.

그리고 이 기회에 안데르센의 소설과 희곡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으며,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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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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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술이론 강사다보니 미술사를 이야기할 때 음악가들도 등장을 해서 더 알고 싶더라고요~

작품만 보는 것보다 시대적 배경과 예술가의 삶을 함께 다룰 때 더 이해가 잘 가잖아요.

[악보 너머의 클래식]으로 음악가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은 교향곡 중 10곡을 다룹니다.
모차르트, 베토벤, 베를리오즈,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밀러,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앞머리에 곡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보여주고, 세부적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연대표가 있어서 한눈에 담기가 좋습니다.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막연히 읽는 것보다 연대표와 함께 보면 이해가 잘 돼요^^

🎵
예술가들이 살던 시대, 그때 일어난 사건, 분위기
그들이 만났던 거장, 그리고 여인.
모든 게 재미있었어요.

그중 슈베르트가 에세이, 혹은 소설을 썼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역시 천재는 다른 것인가~~

🎵
천재들의 예술성, 반대로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면모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음악으로 교양 업! 하고 싶다면 [악보 너머의 클래식]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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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 태양 그토록 시리즈 3
조하연 지음, 우샤샤 그림 / 곁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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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논문이 끝나고 화가 많아졌다.
아주 큰 산이 사라지니 그 뒤에 숨어 있던, 미루고 있던 화들이 이때다 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럴 때, 제목처럼 부드럽고 달콤해 보이는 시집을 읽게 되었다.

펼치자마자 마음속 밑줄 쫙.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 때 하나는 눈으로, 다른 하나는 입으로” 하면 된단다.
머릿속 내용을 말로 뱉기가 어렵고, 이 복잡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몹시 어려운데 이렇게 좋은 방법이라니.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니.

“덜 자란 초록이 ‘얘. 어디 가! 미쳤어! 하는데”
오늘 유독 불편한 상황이 여러 건 있었고, 자꾸 떠올라 수면 부족에 원인을 돌리며 잠이라도 실컷 자고 싶다 했다.
좋지 않은 감정이 들 때, 나의 뒷덜미도 초록 싹이 잡아줄 거라 생각하니 희망이 느껴졌다.

“까맣고 깜깜한 빛도 빛이야”
그 불편한 상황들이 자꾸 떠오를 때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멘탈이 약해서 어쩌냐..
그런데 그것도 내가 맞다. 생각해 보니 딱히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잠시 언어가 다른 것뿐인걸요? ... 월월 월월”
친구의 언어에 약해져 있는 위가 놀라서 경련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랑을 달라는 말일 거야.. 스스로 다독였다.
월월 좋다. 월월이 이렇게 함축적인 단어였다니.

“꺼이.. 꺼억..”
꺼이꺼이도 울어보았고, 꺼억꺼억도 울어보아서 아.. 왜 다 해봤지.. 했는데
“슬픔의 봉우리에 힘껏 오른 거라 한껏 끌어올릴 자격을 얻은 것”이란다.
자격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지친 상태로 얼만큼 버틸 수 있으려나.. 하면서 집에 왔는데
예쁜 책과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편안해졌다.
청소년 시집이라지만, 성인도, 청소년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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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동무들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노은희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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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행성문학"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친애하는 동무들"에는 북한의 현실, 그 중 종교의 문제도 담겨 있지만
인간의 복잡한 심리가 매 편마다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운좋게 남한에서 태어났지만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탈북을 분명 꿈꿨을 텐데, 가족 간에도 일어나는 밀고와 눈앞에서의 총살을 봐오며 감히 실행하지 못해속이 곪고 미쳐갈 것이다.
또는 탈북을 성격 급하게 준비하고 실행의 단계, 죽음의 고비고비마다 수명을 깎아먹으며 고통 받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인물들로 나누었는데, 브로커편이 "친애하는 동무들"을 한 눈에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눈물 찍어내며 하얀 거짓말을 해준 브로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가족과 동무를 끔찍히 생각하는 순자도, 나와 가장 유사한 재은도,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혜진에게도 모두 공감했지만 순영의 입장을 생각할 때는 속에서 열이 일어날 정도로 어렵고 괴로웠다.

이타적 성향이 조금이라도 발현되던 과거의 나와
시간을 분단위로 쓰며 현실에 찌들어 있는 내가 보인다.

북한문학, 분단문학, 선교문학, 디아스포라문학, 순교자문학, 존재문학 많은 수식어가 붙지만
보편적 가치의 문학이라는 점에서 "행성문학"으로 포괄하는 게 역시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자료조사를 어떻게 다 하셨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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