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태양 그토록 시리즈 3
조하연 지음, 우샤샤 그림 / 곁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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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논문이 끝나고 화가 많아졌다.
아주 큰 산이 사라지니 그 뒤에 숨어 있던, 미루고 있던 화들이 이때다 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럴 때, 제목처럼 부드럽고 달콤해 보이는 시집을 읽게 되었다.

펼치자마자 마음속 밑줄 쫙.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 때 하나는 눈으로, 다른 하나는 입으로” 하면 된단다.
머릿속 내용을 말로 뱉기가 어렵고, 이 복잡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몹시 어려운데 이렇게 좋은 방법이라니.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니.

“덜 자란 초록이 ‘얘. 어디 가! 미쳤어! 하는데”
오늘 유독 불편한 상황이 여러 건 있었고, 자꾸 떠올라 수면 부족에 원인을 돌리며 잠이라도 실컷 자고 싶다 했다.
좋지 않은 감정이 들 때, 나의 뒷덜미도 초록 싹이 잡아줄 거라 생각하니 희망이 느껴졌다.

“까맣고 깜깜한 빛도 빛이야”
그 불편한 상황들이 자꾸 떠오를 때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멘탈이 약해서 어쩌냐..
그런데 그것도 내가 맞다. 생각해 보니 딱히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잠시 언어가 다른 것뿐인걸요? ... 월월 월월”
친구의 언어에 약해져 있는 위가 놀라서 경련이 일어난 적이 있다.
사랑을 달라는 말일 거야.. 스스로 다독였다.
월월 좋다. 월월이 이렇게 함축적인 단어였다니.

“꺼이.. 꺼억..”
꺼이꺼이도 울어보았고, 꺼억꺼억도 울어보아서 아.. 왜 다 해봤지.. 했는데
“슬픔의 봉우리에 힘껏 오른 거라 한껏 끌어올릴 자격을 얻은 것”이란다.
자격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지친 상태로 얼만큼 버틸 수 있으려나.. 하면서 집에 왔는데
예쁜 책과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편안해졌다.
청소년 시집이라지만, 성인도, 청소년도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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