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장편소설.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나에게 있어서 추억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울 준비는 되어있다> ,<좌완> 등 고등학생 때
읽었던 추억이 있는 책이다.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나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받고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상과 소설을 출간했으며
한국 독자들에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1년 작품인 웨하스 의자가
리커버 개정판으로 성인이 된 나에게 다시 찾아왔다.
그때는 읽지 못했던 소설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가운 마음이었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너무나 시적인 느낌의 소설이라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아쉬움이 느껴졌다는 것.
이야기보다도 그냥 다 읽어간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순식간에 읽게 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한 남자를 정말 사랑하는
우산 디자이너인 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목욕을 하고 책을 읽고 차를 즐겨마시고 잠을 자는.
그녀의 일상은 항상 사랑하는 남자로 지나간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는 가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도 많이 등장한다.
그녀의 동생은 항상 어딘가 사라질 것 같이 느껴지는 그녀를
지켜주며(?) 맴도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살아 있다고 알려주는 존재처럼.
동생도 그녀처럼 애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뭐랄까. 운명의 장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를 항상 찾아오는 '절망'이 있다.
절망은 그녀를 찾아와서 괴롭히고 간다.
애인이 없을 때마다, 불안할 때마다,


“깊은 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절망이 찾아온다.”


P170

절망이 찾아오는 이유는
모든 독자들이 알겠지만,
자신도 불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욕심'

애인을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그 욕심.
외로움을 공기 삼아 사는 그녀의 삶은
죽음, 즉 헤어짐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절대 앉을 수 없다."


p72~73


제목도 웨하스 의자인 이유도
앉을 수도 먹기도 사나운
그 웨하스 과자로 만든 의자가
가질 수도 자신 옆에 둘 수도 없는 애인을 뜻하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문체가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문체랄까.
에쿠니 가오리만의 분위기가 있다.
무심하면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예전엔 이 작가의 책을 정말 좋아했다.
괜히 내가 분위기 있는 사람이 된 것 만 같았기에.


툭툭 끊기면서도
간결하게 단순한 문장이 감정으로 가득 차 있는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엔
정말 작가만의 유일한 감성이 있다.


불륜을 미화시킨 소설이라는 말도 많지만
어찌 됐든,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나는 또 궁금해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