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디터 람스 지음, 최다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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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

 

Less but better

짧으면서도 참으로 강력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 저 제목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불필요한 장식적인 요소는 최소한으로 하되 보다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는 저 문장.

 

햇병아리 디자이너인 나는 아직까지도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게 낯설다.

쑥스러워서 몸이 베베 꼬이기도 한다.

그러한 나로서는 쳐다도 못볼 산업디자인의 거장 디터 람스의 책이 나왔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사람.

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보고 아이폰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는 썰도 있다.

그런데 새삼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책을 낸 것일까.

 

Less but better 라는 문장은 그의 디자인 철학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까지 보여준다.

한 분야에서 최고라 불린만큼 본인의 직업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 그의 디자인 철학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5)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8) 좋은 디자인은 사소한 부분 하나에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이 명쾌한 문장들로 구성된 십계명을 두고 또 요약해달란 사람은 없겠지만 굳이 요약하다면 책 제목인 최소한 그러나 더 나은”(Less but better) 가 된다.

더 줄인다면 미니멀리즘이 되겠다.

그렇다고 , 그렇구나라며 돌아서기엔 산업 디자인 전반에 드리운 디터 람스의 그림자는 너무나 거대하다.

책에는 그가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 디자인한 수많은 제품들과 그것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뇌가 담겨있는데, 그야말로 디터 람스답게 과장없이 깔끔한 사진과 담백한 문장들로 펼쳐놓았다.

 

제품 형태를 잡다보면 화학자나 물리학자가 실험실에서 다루는 연구 과제처럼 풀어야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과학 연구와 같은 수준으로 문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 똑같이 무수한 시험을 거치는 탐구와 탐색, 마지막으로 합리적 제조를 위해 마찬가지로 세심히 확인하고 가다듬는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모든 과정은 제품을 잘 팔리게 하기 위함도 아니요, 디자이너나 팀, 혹은 회사가 돋보이게 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디자인은 사치품을 사도록 자극하는 술책이 아니라 복잡하고 어수선하면서도 매혹적이며 개방된 세상에서 지향점과 태도를 담은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핵심은 이 세상을 모든 사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있다고도 말했다.

 

증오와 혐오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하고도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모든사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니.

이는 뒤집어 생각해보자면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사명이라는 말도 된다.

참으로 어려운 사명이다.

비틀즈에게조차도 안티가 있을 정돈데 어떻게 모든 사람이 좋아하게 만든단 말인가

 

내 길지 않은 경력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었던 디자인은 깔끔하되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나 또한 작업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웠었다.

화려함보다는 심플함이 수명이 길다.

바로크-로코코로 이어지는 화려함이 얼마 못갔음은 디자인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다 알 것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십계명으로 삼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탐구하고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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