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다인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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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가슴에 콱 박히는 느낌이었다.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라니, 세상에.

출판사 소개글을 급히 훑어보니 17세 소녀가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를 담은 책이란다.

예전부터 여행 관련 서적은 넘쳐났다.

다들 지긋지긋한 일상을 탈출해 짜릿한 비일상으로 뛰어들길 바라지 않는가.

그게 세계일주가 되었든, 힐링여행이 되었든, 순례길을 찾는 순례자가 되길 원하든.

그런데 성인도 아니고 17 아직 어린 소녀가 세계 각국을 여행할 용기를 내다니, 세상에 어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부모님은 흔쾌히 허락하셨을까?

반대는 없었을까?

무작정 떠난다는 게 무섭진 않았을까?

낯선 곳에서 두려움에 떤 일은 없었을까?

내가 가족이 된 것마냥 애틋하고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필자인 다인님은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대학입시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면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말고, 대학에 합격하는 것 말고 다른 미래는 없는 걸까?

나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 걸까?

내 꿈은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이 어린 소녀를 현대의 유목민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청소년은 정말 애매한 시기인 것 같다.

호칭부터가 그러하다.

청소년.

청년기인가 소년기인가.

아주 어린 아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으로 취급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는 신선하고 열정은 뜨거울 수 있다.

작가님 역시 그 나이였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인님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할 때 질문은 항상 같았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아니 아주 어릴 적부터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며 자란다.

꿈은 크게 가지라는 충고도 들으면서 말이다.

그 충고를 들으면서 우리의 꿈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꿈이 아니라 직업으로 수정되진 않았을까?


자라면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꿈도 자라고 꿈도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누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이렇게 기습적으로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까?

"나는 말이야~" 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할 수 있을까?

내 꿈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보다 먹먹해졌다.

내 꿈이 나이를 먹다 못해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였다.

꿈이 뭐냔 질문에 얼굴이 환해지며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왜냐하면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꿈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꿈이 나이를 먹고 늙다 못해 사라지지 않도록, 아끼는 화분에 물을 주듯 매만지고 들여다보고 가꿔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일상 역시 남루해지지 않도록 열심히 가꾸는 법이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답변 역시 굉장히 다양했다.

일생의 사랑을 만나는 것, 가족들과 안정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것, 비보잉을 하는 것, 바쁜 현대사회를 뒤로 하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한적한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호젓한 삶을 누리는 것, 반려견이 강아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손자가 혹은 남편이 말을 잘 듣는 것 등등.

어떤 것은 너무 거창해서, 어떤 것은 너무 소박해서 웃음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는 흔한 말을 떠올리기 전에 생각해보라.


필자인 다인님과 독자인 우리는 그곳에 여행을 간 거지만(다인님은 직접, 독자는 간접적으로) 거기 사람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다.

우리에겐 비일상적인 근사하고 낯선 여행지이지만 그곳 사람들에겐 매일 보아서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일상적인 공간이다.

우리는 비일상, 그들에겐 일상.

우리에겐 여행, 그들은 생활.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꿈이 그들의 일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비일상을 바라고 떠나온 곳이 그들에겐 일상을 가꾸어나가는 공간이니 말이다.





우리의 꿈과 일상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너무 보잘 것 없어서 웃음이 나는 꿈 같은 건 없다.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아름답듯이 그들의 꿈 역시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와 꼭 같이 일상 또한 소중한 반짝임으로 채워진다.

일상을 가꾼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녹이 슬지 않도록 갈고 닦는다는 것.


현대 시대의 유목민이 된 한 소녀의 에세이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 꿈은 무엇일까? 무엇이었을까?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겠지? 혹시 완전히 사라졌으면 어떻게 하지?

조바심이 나려는 순간 다시 한번 제목을 보았다.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그래,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겠지.

바꿔말하면 쉽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꿈을 꾸며 버텨간다는 것이다.

꿈은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꿈은 삶을 지탱할 힘을 준다.


깨알같은 글씨가 빽곡이 들어차지도 않았고 두껍지도 않지만 그 안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많은 않은 책.

하루만에 다 볼 수 있지만 무심코 흘린 향수처럼 여운은 오래 가는 책.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가 떠오르는 단순하면서도 정감 가는 책 속 삽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서평단으로 선정해주신 마음의 숲 출판사 여러분, 그리고 작가 다인님께 감사드린다.



 


= 위 리뷰는 마음의 숲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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