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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단언하건대, 이 소설은 정말 쉽지가 않다.
프랑스의 예술 영화를 보듯이 아니 그것보다 더 어렵게 문장 하나 하나를 분석하면서 읽어 나가야했다.
처음에는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문장의 뜻을 어떻게 더 쉽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이 책이 연애를 다룬 소설이라고 했는데 읽고 나니 연애소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연애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단순하고 가벼운 연애 이야기의 소설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여자의 인생 중 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또 헤어질 때의 남자의 심리와 본성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레이스를 뜨는 여자인데, 순진한 소녀이지만 곧 첫사랑인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랑의 과정과 이별의 과정을 제 3자의 입장이 되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이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설은 철저히 여자의 마음을 숨긴다.
대신에 소녀의 행동과 모습을 찬찬히 그려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 마음을 상상하고
짐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주인공인 여자를 비롯해서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프랑스의 여자이든 유럽 쪽의 여자이든 남미, 아프리카, 한국의 여성이든 그 근본적인 성향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그 성향이라는 것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은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한다.
나는 이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는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문제를 역설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남자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여자의 인생을 통해서 사회의 강자가 약자에게 행해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몽환적인 문체와 이야기의 흐름이 자칫 잘못하면 어렵기만 하고 재미와 감동은 없는 소설이 될 뻔 했으나 그 속에서 현실적인 이야기. 이를테면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과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결국 작가는 현실의 문제를 독자들에게 이야기 하고자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읽은 어려우나, 깊이가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