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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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췌장의 병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여학생 사쿠라와 그의 동급 남학생과의 우연한 만남과 사귐을 통해 서로를 재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다소 제목이 이 소설의 주제와는 선뜻 무관하게 선정적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친절하게도 그 제목의 숨겨진 의도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티브에서 본 타인이 췌장으로 고통을 받게 될 때, 그의 췌장을 먹어줌으로써 그 고통을 면하게 해준다는 희생 또는 사랑의 행위라는 것이다. 다소 엽기적인 문구로 보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 소설에서는 췌장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야마우치 사쿠라라는 여학생과 타인과의 관계를 그다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단절된 생활에 전념하는 남자 주인공 시가 하루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하루키의 이름이 소설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의미가 없던 인생이 사쿠라를 통해 제대로 방향을 찾게 된 인생으로, 즉 인생다운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점이 되어서야 결국 의미가 내포된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 아닐까한다. 김춘수 시인의 처럼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진정한 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의 사귐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그간 대척점에 있던 서로 다른 삶의 방향이 서로를 수용하게 된다. 마치 극과 극의 대결을 화해의 형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에 대해 어색했던 그래서 속마음을 잘 표한하지 못했던 풋풋한 남녀학생들이지만, 점차 자신들의 상대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눈을 뜨며, 애틋함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 소설에서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되며, 하루키는 자신이 그녀에게 어떤 존재였는가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며 발전시키게 된다.

 

아모르 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이 있다. 비극적 운명이나 자신의 죽음을 늘 생각하며, 주어진 인생을 숭고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살라는 의미다. 여주인공 사쿠라가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 그런 시한부 삶을 사는 그녀에게 있어 늘 밝음과 당당함은 아마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한정된 시간을 더 소중하게 보내고자 하는 태도였으며, 이런 상황에 만난 또 다른 인생 하루키. 서로 잘 맞지 않는 서로이지만, 일상의 진실됨에 서로 사랑을 키워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통해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음을 전한다. 또한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가꿔가는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사용해야할지...독자 스스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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