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의 작가 사노 요코의 수필집은 상당히 독특하다. 평범하고도 단조로운 일상적 수필의 형식이라는 껍질을 과감히 벗겨버리고, 참신하면서도 가히 혁신적이라 할 정도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쉽지 않는 수필집이었음을 고백한다. 사노 요코의 사고는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또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다. 그녀의 수필내용 중 개라는 소제목으로 자신의 일상과 함께 소회를 간단히 적어내고 있다. 그녀의 아끼는 개는 얼굴은 일본의 천연기념물인 시바견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몸통은 닥스훈트의 몸처럼 다리가 짧고 몸통이 긴 형상의 동물을 하고 있다고 기술한다. 그 강아지를 볼때마다 신기한 감점을 느끼곤 한단다. 사실 강아지를 애완견처럼 아껴 키우는 것이 아닌 방목의 형태로 키운다고 한다. 항상 집에 오면 자신을 반기듯 주시하는 그런 강아지의 눈동자. 그런 강아지의 눈빛을 보면서, 작가는 인생의 슬픔과 체념을 받아들인 고요한 눈으로 묘사한다. 더하여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상당히 평범하지 않는 견해임이 분명하다. 강아지의 그런 불편해 보이는 몸과 뭔가 갈구하는 눈동자에서 운명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풀어내다니... 상당히 평범하지는 않다. 이 수필을 읽다보면 일본의 문화, 역사, 문학적 기타 소양 등 많은 재미난 구성들이 많다. 에도시대 때의 흑치(오하구로)에 대한 설명이나, 체사레 보르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내용 등 기억할만한 좋은 내용도 많아 자세히 읽어도 좋은 소양책이다.

작가의 큰 생각은 인생에 대한 관조적으로 때론 여유있게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기거나, 목표를 정한대로 움직이거나 등등 그러한 계획대로 늘 인생을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생의 방향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인생을 즐길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도 감사하며, 그러한 소소함이 모여모여 큰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관조는 사실 소극적 대응은 아니다. 옛 지식인들은 산책이나 공상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깊게 하였고, 인생의 깊이를 더하였다. 사노 요코도 또한 그렇다. 관조와 관망을 통해, 인생의 흘러가는 방향을 제대로 깨우쳐 제대로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삶에 대한 진정한 가치는 뭐든 열심히 전력을 다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녀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인생을 즐겨라. 이보다 더한 진정한 핵심이 있을까. 다 알면서도 못하는 아주 어려운 문장이다. 그러나 그녀의 수필집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읽어본 분들이라면 인생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어떤 삶을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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