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의 가정 - 하나님과 동행하는
러셀 무어 지음, 김주성 옮김 / 두란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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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가족의 문제가 다루기 쉬웠다면 우리는 육신의 의지력을 사용했을 것이다.우리 스스로 할 수 있었다면 십자가를 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는 일이 영원 속에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p39)

내가 생각하는 이 책 전체를 요약하는 핵심 단락이다.

결혼과 육아의 시기를 보내며, 나는 저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가정의 문제는 결코 내가 혼자서 다 짊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날마다 깨닫는 것만이, 이 무거운 짐을 더는 길임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이해하는 것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지난 몇 주간(그리고 최근까지) 어린 두 아이를 감당하는 짐이 너무 무겁고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우리 부부는 힘겨운 상태에 놓였었다. 십자가의 은혜와 전능자의 계획 속에서 자녀양육과 가정의 문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실과 맞닿은 지점에서 괴롭고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영과 육신과 정서가 다 지쳐버렸다.

이 와중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ㅜㅜ 정말...가혹하다는 느낌. '진리가 내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자유케 한다 했으면서, 무거운 짐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당하라니...' 불평의 생각이 스믈스믈 피어났다.

하지만 '도대체 뭐가 맞는 거야..?'싶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아지는건 뭔지.. 책은 다시금 나의 현실과 직면하도록 이끌어주었다.

가족은 당신을 십자가 앞으로 데려간다. 당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면 삶의 모든 것이 결국 당신을 십자가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당신은 빈 무덤을 볼 것이다. 가족은 다시 한 번 당신에게 보여 줄 것이다. 당신이 생명을 얻는 길은 생명을 내려놓는 것뿐이요, 당신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는 것뿐임을 말이다. (p48)

날마다 큰아이와 싸우는 것이 힘들고 지겹고 언제 끝나려나 싶었는데, 내가 이기는 유일한 길이 지는 것이라는 저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다. '큰소리치지 말아야지, 내 분노의 감정을 아이에게 쏟지 말아야지'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이 문제보다 훨씬 더 크고 어려운 일들이 있을텐데.., 그에 비하면, 이 고민들은 괜찮은?거 아닐까. 적어도 아이를 향한 사랑과 진심은 어떤 문제 상황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테니 말이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은 자기실현의 방편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환멸이나 실망에 빠질 것이다. 결혼은 복음을 보여 주는 그림이고, 전도지다.(p156)

내가 아는 가장 안정적인 결혼들은 자기실현 면에서 전형적으로 ‘행복하게’ 보이는 결혼이 아니다. 오히려 깊은 고통을 통해 부부가 자기희생과 서로 돌보는 모범을 보이는 결혼이다.(p215)​

아내는 결혼하기전 목사님께서 우리부부에게 하셨던 말을 자주 언급한다. "결혼은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 저자도 가정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 배우자에 대한 판타지를 깨트리라고 말한다. (다시한번 가혹?한 이야기. 그러나 그것이 결혼과 가정의 참 의미임을 생각한다)

이러한 자기희생의 각오가 없기 때문에 오늘날 그렇게 이혼도 흔하고 깨어진 가정도 많아졌다. 저자는 이러한 부분(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즉, 너무 냉정한 말일 수 있지만 그것은 말씀을 따르지 않는 범죄다)을 정확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저 다 이해하고 수용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의 조금은 강한 권면들(짊어지고 감당하라는..^^;;)이 계속 되었기에, 독서가 힘들었다.ㅋ 그러면서 이 책의 표지 그림-폭풍속 바다 위에 흔들리며 떠 있는 집 이미지-이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보았다. 어쩌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건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일테고, 아무리 흔들려도 절대 가라앉거나 표류하지 않을거라는 신뢰가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서로의 짐을 질 줄 알고, 용서를 베풀고 인내할 줄 아는 것은 그저 단지 잘 지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견딜 강한 사랑의 불꽃을 일으킨다. 함께 요단 강가까지 이르려면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p263)​

우리의 결혼생활과 자녀양육의 힘겨움을 깊이 토로하던 깊은 밤에, 아내에게 저 문장을 공유해주었다. '그래, 우리가 요단강가까지 함께, 인내하며 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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