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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 프레드릭 베크만(fredrick backman)
1. 오베라는
남자, 그 만의 방식
오베라는 남자가 있다. 59세.
심술맞고 고약한 모습의 오베라는 남자는
신을 빌어먹을 개자식처럼 느끼며, 뚱뚱한 사람들을
보며 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2인분의 인간이 된 것인지 궁금해한다.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며,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다.
그런 오베라는 남자에게 그녀가 있다.
오베라는 남자는 하루 종일 그녀에게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없을 땐 하루 종일
집이 너무 넓어져. 자연히 그렇게 돼, 살수가 없다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당신이 집에 없으니까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피곤해. 당신이 떠나 있으니까
집 안이 하루 종일 썰렁해"
"보고
싶어"
그리고 그녀가 혹시라도 집안 온도를 올렸을까봐 하루에
두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가며 집 전체를 점검한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이 없다.
오베라는 남자가 옆집에 새로운 이웃이 밥에다 사프란을
넣어 먹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도, 전기 요금이 올랐다는 사실을 이야기해도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오베라는 남자의 그녀, 그녀는 6개월 전에
죽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보면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쓰다듬어야만 잠에 들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한 평생 할머니를 바라보고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오는 할아버지 처럼 자신의 아내의 귀에 꽃을 꽂아주지도 않고,
와락 껴안지도 않으며, 물장구를 치고 눈싸움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베라는 남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기억한다.
그녀가 집게 손가락을 집어 그의 손바닥 안쪽에 숨기는
버릇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녀가 잘 때 어떻게 돌아눕는지 기억하고, 6개월에 한번 씩 방을 새로 칠하는 것을 기억한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오베라는 남자, 그의 인생에 있어
단 하나의 색깔이였던 자신의 아내.
그런 오베라는 남자는 그녀에 대한 작은 것 하나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2. 오베라는 남자, 자살을
결심하다.
오베라는 남자는
매일 아침 6시 15분 전이면 자명종 없이 눈을
떴고, 늘 정확히 똑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리고, 전화국 가입과 신문 구독을 취소하고, 작은 욕실에
있는 수도꼭지를 수리하고 마을 시찰을 돈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정장 재킷을 입는다. 집안의 불을
모두 끄고 커피 잔은 씻어두었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 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
그래서 오베라는 남자는 자신의 단 하나의
색깔이였던 아내, 소냐 곁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오베라는 남자는 목을 매달고, 차안에서 배기가스로
질식사 하려 한다. 승강장에 뛰어내려 기차에 치여 죽으려고 한다. 약을 먹으려 하고, 고양이 몰래 라이플 총으로 자살하려 한다.
그러나 오베라는 남자의 자살은 얼키고 설키는 이웃간의
관계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게 되고,
자신이 죽었을 때 자신의 아내가 잔소리 할 것을
걱정하며 승강장에 먼저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이웃집 라디에이터를 고쳐주며,
외국인 이웃 여자에게 운전을 가르치며,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비참한
동물이라고 부르는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게 된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라며,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위해,
오베라는 남자는 그렇게 세상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3. 오베라는 남자, 오베였던 남자, 그리고 오베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와, 오베였던 남자에 대해
번갈아 가며 오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베라는 남자>는 현재를 살아가는 오베에
대한 이야기이다.
<
오베였던 남자>는 현재의 오베가 되기까지 자신의
색이였던 아내, 소냐를 만나고 이별하기 까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베라는 남자와 오베였던
남자.
심술맞고 고약한 모습의 오베라는 남자의 겹겹히 쌓였던 그의 인생이 드러날 때
나는 그에게 동감을 하고 그의 슬픔에 가슴 아프게
된다.
조그맣게 펄떡이는 뱃속의 아이가 와인 냄새를 풍기던
운전사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사라져버렸을 때,
왜 오베라는 남자가 확고한 원칙을 가지게 되었으며,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권위 앞에서 항의할 수 밖에 없었는 지,
그를 이해하게 된다.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오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 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그러나 오베는 처음부터
그냥 오베였다.
단지 그를 받아들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다.
어느 한 사람을 딱
한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우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켜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분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이였을 뿐이다.
어의없고, 황당하고,
그러다가 슬프고 감동적인 오베라는 남자의 이야기. 다시 한 번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