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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그건 혐오야! - 혐오와 마주한 10대에게 ㅣ 한울림어린이 인문교양
사메이아 지메네즈 외 지음, 줄리아나 뉴펠드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6월
평점 :
현재 우리 사회는 혐오 표현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향한 혐오 발언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혐오가 무엇인지,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그건 혐오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혐오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혐오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며, 사회문화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혐오의 원동력 중 하나는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사람들은 두려움을 이겨 내기보다 혐오하는 편을 선택합니다. 그 편이 더 쉽기 때문이죠"라는 설명은 혐오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책의 구성 또한 매우 체계적이다. 1장에서 7장까지 혐오의 시작부터 이에 맞서는 방법까지 단계별로 접근하고 있어, 독자들이 혐오에 대해 점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각 장마다 실린 '알고 있나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해 봅시다' 코너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하는 탁월한 교육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혐오 피해 아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 설명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혐오의 실상과 그 파괴력을 실제 경험담을 통해 보여준다. 자기혐오, 분노, 혼란, 굴욕, 당혹감, 두려움 등 혐오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복잡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혐오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이는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공감과 연대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혐오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시작은 자신의 편견을 아는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는 혐오 극복의 출발점을 명확히 제시한다. 또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으로 성급하게 상대를 판단하거나 '쟤는 이런 사람'이라고 단정 짓지 말라는 뜻입니다"라는 조언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폭력, 사이버 불링, 혐오 표현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멈춰, 그건 혐오야>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혐오에 맞서는 용기를 키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혐오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을 멈추는 일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메시지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과제임을 강조한다.
<멈춰, 그건 혐오야>는 혐오와 증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성찰과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혐오에 맞서는 것이 어른들만의 몫이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모든 학교와 가정에 널리 읽히기를 바라며, 혐오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