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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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책을 가려서 읽어왔다. 마치 편식하듯이 소설만 주구장창 읽곤 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로 논픽션 장르의 책을 읽고 있다. 결국 이번 달에는 소설과 논픽션, 이렇게 2권의 책을 읽었다. 2권을 번갈아 읽으려고 했는데, 이 <모두의 내력>은 너무 재밌어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작가의 뛰어난 필력도 한몫했다. 길고 복잡한 문장이 별로 없어서 내용이 술술 읽혔다. 또 문장들 간의 연결과 맥락이 부드러워서 읽기 편했다. 현대적 배경을 다뤄서인지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까?'라며 감탄했다. 오선영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단편소설을 모아놓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히 [백과사전 만들기]는 결말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바라기 벽]도 역시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컸다.


"엄마는 마트 회식 때문에 늦는다고 했다.
남동생은 컴퓨터가 생겼어도 친구들과 PC방을 갔다."

나는 이 구절이 제일 인상 깊었다. 더 심취해서 읽으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일하느라 고생하시는 엄마와 철없는 동생이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 나도 어릴 때 그런 적이 있었다. 우리 자매를 먹여 살리느라고 밤낮으로 일과 회식을 일삼은 우리 엄마.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며 자꾸 새로운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여동생. 이 모든 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책 제목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부고들]에서 주인공이 '모든 가난은 상대적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런데 나는 그걸 잊고 살 때가 많다. 너무도 어리석게도, 이 세상에 나만 사연 많고 나만 특별히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에도, 조원들의 숨은 노력이 분명 있을 텐데 나만 고생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미성숙한 걸까, 남들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아니면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 걸까.

이렇게나마 <모두의 내력>을 읽음으로써 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뜻깊다. 가볍고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앞으로의 책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엮어서 담백하게 풀어내는 게 좋았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게 되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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