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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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소설 장르는 멀리하게 됐다. 과학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하여 결론을 내리는 학문이기 때문에 특히나 과학 소설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과학에 상상력이 들어간다? 조금 거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학생들에게는 과학은 절대적 지식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치열하게 몰두하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싸우는 과정에서 합의된 설명체계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항상 상상력을 발휘하여 얼마든지 새로운 지식체계를 생성하라하였다. 이미 정해진 지식을 주입식으로 배우는 것이 얼마나 고리타분한 일인지 잘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항상 과학사를 접목한 수업을 했다. 물론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었지만 중간중간 내 상상속에서 나온 장면들도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김상욱 교수님의 강연을 통해서였다. 마을 사람들과 양자 공부를 하는 인문학 공동체 초청 강연이었다. 교수님과 양자역학 관련하여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앞서 한 강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지만 지금 덧붙이는 이야기들은 이랬을 것 같다 라는 저의 상상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싸움 이야기, 로맨스·치정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뻔하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둘러싼 잘난 과학자들의 싸움 이야기,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난 슈뢰딩거의 불륜 이야기라면 다르다. 적어도 과학하는 사람에겐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분야보다 더 알고 싶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더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인물들의 사적 이야기를 과학적 지식이 생성되는 과정과 접목시켜 과학자들의 대화로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장르가 소설임을 잊고 완전히 몰입하여 읽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확한 과학개념이 완벽한 서사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각 과학자가 지니던 의문과 질문, 그것을 해결해나가며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을 보면서 양자역학의 흐름과 과학지식 형성과정 그 자체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교에서 물리 현상을 기술하기 위해 도구로 사용했던 행렬역학, 모든 양자역학 문제를 풀기 위해 사용하던 슈뢰딩거 방정식 등이 형성되는 과정을 대학교 4년 공부하는 내내 모르고 그냥 풀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그들의 고민과 괴로움 그리고 마침내 얻은 깨달음까지 모든 걸 내가 같이 경험한 것 마냥 생생하고 감격스럽다. 그럴듯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아직도 나는 어떤 장면이 허구인지 모르겠다. 양자역학은 여전히 생생하지도 그럴 듯 하지도 않지만 소설 속 과학자들의 의문을 함께 고민하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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