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대화에서 침묵이 흐르면 우리는 어떻게서든 그 침묵을 깨려 한다. 말과 말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음악을 틀거나 TV를 켜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침묵을 불편해한다. 혹여나 침묵에 빠질까,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침묵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애쓴다. 말재주가 없어 주로 침묵하는 나도 침묵이 편할 리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역설적이게도, 대화를 잘 하려면 '침묵'하라고 말한다.
묵언 수행을 강조하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책은 아니었다. 저자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습득한 대화의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글을 말하듯이 써서 그런지, 강의를 듣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글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침묵을 활용한 그의 글쓰기에 설득당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침묵의 힘을 믿을 수밖에.
이 책은 '침묵 사용 설명서'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침묵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사용하면 좋을 자매품까지 소개한다. 쉽고 친절한 설명에, 이해 못 할 부분이 하나도 없다. 자기계발서답지만,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 자랑이 없다. 그러니 거부감 없이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테크닉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침묵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임이 분명하지만,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침묵하길 권한다.
"침묵은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지만 입만 다물고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223쪽) 그래서 저자는 침묵의 효과를 높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 책에 덧붙여 놓은 것 같다. 많은 말을 한다고 해서, 입만 다물고 있는다고 해서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침묵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침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툼은 대개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상대의 발언을 잘 들어보면 그 나름대로 납득이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서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상대의 발언을 중간에 자르거나 끼어들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끝까지 말하도록 해야 합니다."(98쪽) 이 구절을 읽으며 뜨끔했다. 얼마 전에 말다툼한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꾹 참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때의 나는 그를 이겨야만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기기는커녕 상처만 남았다. 그리고 관계를 잃었다. 조금 더 이 책을 빨리 만났더라면... 나처럼 후회하는 이가 있지 않기를.
#말에도적당한거리가필요합니다
#다니하라마코토
#지식너머
#다독다독
#커뮤니케이션
#대화기술
#침묵
#자기계발
#화술
#서평
#서평단
#책리뷰
#독후감
(원문 :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830679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