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2 - 지령 600호 기념호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창간 50주년이라는데, 이제야 처음 만났다. 그럼에도 '샘터'란 이름이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한 번 들으면 쉽게 각인될만한 이름이지만 수차례 스친 적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최근에 본 영화 때문이다. 1982년 농촌 로맨스를 다룬 영화 <피끊는 청춘>를 보다가 「샘터」를 발견했다. 1,2초 등장했지만 알아본 것이다. 이처럼 스치다 만난 인연이지 않을까. '샘터'란 이름이 머릿속에 들어온 지금은 뒷모습만 봐도 그 사람인 줄 아는 사이가 된듯하다. 아마도 "한번 생겨난 이름은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89쪽)는 글귀처럼 오래도록 불릴 이름이지 않을까.

얇아서 얕봤더니, 뭐가 이리 많은지. 50년이란 세월을 그냥저냥 버텨온 것이 아니구나 싶다.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그리고 단행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맛이다. 이어져 온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며 세월을 담아낸 책이다. 특히 [다시 읽는 반세기 샘터] 코너에서 그 세월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1974년 2월호 '샘터 가족실' 코너에 실렸던 독자 문성렬 님의 글인 "담배 적금 술 적금"이 소개되었다.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좋았다.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은 그 어느 역사서보다 생생하게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다. 그러니 이 코너가 연중기획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제별로 자잘한 이야기들마다 사람 냄새가 난다. 고단한 인생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며 행복을 나누는 듯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 나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나도 힘을 내야겠구나.' '나도 해봐야겠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니 추운 겨울을 나고 있지만 왠지 따듯하다. "그럼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동지를 지나면서 하루하루 길어지는 일조량이 희망의 신호이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겨울 셈법은 지치지 말라고 얘기해준다."(47쪽) 이 몽골 유목민들의 겨울 셈법과 같이, 희망의 신호를 읽어내는 법을 글에서 글로 전하며 독자들의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같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에 관한 이야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문화산책-도서]는 단순히 책 소개 글이 아닌 서평이라 좋았다. "최근 나오는 에세이의 경향은 《어쩌다 보니, 몽마르트》처럼 '보통 사람'의 인생 경험에서 삶의 위로를 찾는 것이다. (...) 이 책은 삶의 밑바닥을 딛고 일어선 극적인 성공담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은 실패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이들에겐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92쪽) 「샘터」와의 첫 만남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보통 사람'의 인생 경험이 담겨서가 아닐까. 가십거리가 될 만한 핫이슈를 다루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남보다 나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를 주는 이 책이 나는 그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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