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록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기억된다]

인류의 과거를 운운하면 고리타분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사실, 역사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더 큰 감동을 주지 않는가. 특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비하인드스토리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게다가 역사는 유용하다.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인간의 변함없는 본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현시대의 문제와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역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을 가능케 한다. 즉 역사는 흐르고, 그 흐름은 오늘을 거쳐 미래까지 이어진다. 한낱 과거가 아니다.

물론 기록된 역사는 기록자의 주관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책, 「매너의 문화사」또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객관성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가치중립적이지는 않다.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매너에 관한 감춰진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 보여준다. 이 또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기록이라 생각한다. 기록된 '매너의 문화사'는 독자들에 의해 기억될 것이고, 그렇게 역사는 흐를 것이다.

[왜 유럽의 매너, 그 역사에 관한 책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그런데 말입니다." 멘트가 절로 나온다. 왜 유럽의 매너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유럽의 매너를 자랑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개화기 이후부터였을까, 어느 틈엔가 우리 문화에 유럽의 매너가 스며들었다. 악수로 인사하고, 여자에게 문을 열어주며, 술자리에서는 건배사를 하고, 결혼식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손을 신랑에게 건네주는 등 그저 외래 매너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매너의 숨겨진 의도를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일 거다. 「매너의 문화사」는 그것을 노린다.

꼭 유럽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류의 보편성 때문인지, 유럽의 매너는 우리나라의 예절과 일맥상통한다. 조선 왕실의 법도 또한 상당히 세세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보다 왕실의 법도를 어긴 일이 중대사로 다뤄졌을 정도로 예(禮)를 중시했다. 양반들은 허례허식을 일삼았으며, 양반이 아닌 양인들은 양반들을 모방하고 천인들을 멸시했다. 우리나라 예절 또한 차별화를 위한 도구로 쓰인 것이다. 그러니 남의 일이라 여기며 이 책을 외면하지 않기를. 그들의 문화사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에티켓]

이 책을 읽고 나면 "훌륭한 매너가 곧 선한 마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13-14쪽)과 그 시대와 이 시대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찮은 사람들과 자신을 구분 짓기 위한 보여주기식 매너가 성행했고, 오늘날의 SNS가 베르사유궁전의 전통(?)을 잇고 있지만 그럼에도 매너는 있어야 한다. 동물적인 인간의 본성을 통제하며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해 온 것도 사실이니.

우리의 본성이 활개를 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면, 이 책이 말하듯, 그것을 통제할 매너를 사회적 협의를 통해 만들어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당위성을 의심하고 '무엇이 적절한 행동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개인이 필요하다. 그런 개개인들이 모여 만들어낸다면 매너가 차별이 아닌 배려의 도구로써 제 기능을 하지 않을까. 오늘날 익명이란 가면 뒤에 자신을 감추고 공격성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인터넷 공간에도 매너 있는 개인들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매너의문화사 #인문책 #지식너머다독다독 #역사 #문화사 #유럽문화 #매너 #예절 #서평 #책리뷰 #독후감

(원문: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120212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