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아련한 추억 속으로]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지라 책, 「마음에 심는 꽃」은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나에게는 그저 한 편의 동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아련한 추억일 테지. 그나마 외갓집이 시골이라 어릴 적 하루 이틀씩 시골에서 놀던 기억은 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발걸음을 끊었지만. 나는 시골에 대한 기억이라도 있지, 요즘엔 아예 없는 사람도 있더라. 내 남편도 그중의 하나다. 요즘 10대, 20대는 더 익숙지 않은 풍경일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수많은 명작동화 속 배경도 친숙한 건 아니었다. 인간의 보편성은 시공간을 초월하니까. 비록 꽃밭에 대한 추억도 동요<꽃밭에서>가 전부인 세대이지만 어릴 적 순수했던 추억 하나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을 테니, 「마음에 심는 꽃」과 함께 지난날 마음에 심어 놓은 꽃을 향해 살짝 웃음 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프로필을 나온 데뷔작]

​「마음에 심는 꽃」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의 데뷔작이다. 프로필마다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24년 만에 실체가 드러났다. 짧고 간결한 글이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글도 글이지만 추억에 물들게 하는 수채화 그림이 신의 한 수다. 무거운 글들만 보다가 이 책을 보니 머리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복잡한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잠시나마 휴식을 주지 않을까 싶다.

[풋풋한 향내 가득]

「마음에 심는 꽃」은 농촌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골에 사는 소녀, 수현과 도시에서 온 소년, 민우를 보고 있자니 황순원의 「소나기」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시골 아이와 도시 아이의 만남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순수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리고 도시에서 온 아이가 병으로 아픈 설정까지. 그러나 다르다. 「마음에 심는 꽃」에는 가지고 싶은 꽃밭이 있으며, 아이의 눈에 비친 농촌의 현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끝에는 희망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풋풋한 향내 가득한 동심을 맛 볼 수 있는 책이다.

[꽃밭에서]

삼촌도, 친구 미정이네도 떠나버렸다. 그렇게 다들 떠나는 시골로 민우네가 이사를 왔다. 그것도 인동꽃이 피는 인동집으로. 인동집 마당에 핀 꽃들은 삼촌, 미정이와 함께 심은 추억이 담긴 꽃들이다. 삼촌과 미정이가 떠난 지금은 그리움의 꽃밭이 되었지만. 괜스레 민우가 못마땅하다. 내 꽃밭인데····· 민우는 묻는다. "꽃밭을 갖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하니?"(83쪽) 꽃을 꺾어 화병에 담아놓고, 꽃잎을 책갈피에 눌러놓은 걸 보면 민우도 그 꽃밭이 갖고 싶었을 거다. 그러니 꽃밭을 잘 가꾸면 삼촌에게 상으로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103쪽)을 받고 싶다는 수현이와는 다르게 "나라면 그런 것 안 갖는다."(103쪽),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104쪽)라고 한 거지. 수많은 나비 떼가 날아와 앉은 듯한 인동꽃들이 피는 그 꽃밭을. 희망이 나비 떼가 날아와 앉듯 마음밭에 피길 바라며.

[잔잔한 여운을 남기다]

​서로의 마음에 희망의 꽃을 심은 수현과 민우의 이야기. 잔잔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하다.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추억하고 추억하고 또 추억하는 거겠지.

#마음에심는꽃 #황선미 #시공사출판 #지식너머다독다독 #황선미데뷔작 #힐링동화 #어른들을위한동화 #문학 #성장소설 #서평 #책리뷰 #서평단활동 (원문 :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6773351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