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 아빠의 안전한 육아
김현종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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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니, 아이가 다치는 일은 상상조차도 하기 싫다. 그래서 끔찍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게 하는 책과 글은 꺼리게 된다. 그런다고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을 터. 아이가 안전하길 원한다면 이 책과 마주할 용기를 내야 한다. 정말 '아차'하면 늦는 거니까.

* 아차 : 무엇이 잘못된 것을 갑자기 깨달았을 때 하는 말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엄마가 된 지 21개월차다. 모든 에너지가 0%가 될 때까지 하루 종일 움직이는 아드님을 24시간 밀착 감시 중이다. 호기심은 또 어찌나 많은지. 시선고정 여부와 상관없이 아찔한 상황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전기밥솥 증기에 손을 데거나 의자에 올랐다가 떨어지거나 욕실에서 넘어지거나 등등. 감사하게도 크게 다친 적은 없다.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아이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을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빠르게 미끄러질 줄도 알아야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라면 기꺼이 경험해보는 것도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지요."(156쪽) 내 아이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딪혀 봐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기에 도전하는 아이를 응원한다. 다만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적당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치지 않는 환경, 불필요하게 다칠만 한 가능성을 예방해서 오히려 더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14쪽)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놀며 쑥쑥 자라길 원한다면 이 책을 주목하길 바란다.

이 책은 디자인부터가 마음에 든다. 일반 책들과는 다른 부드러운 겉지와 눈을 편안하게 하는 속지, 이해를 돕는 포근한 감성의 그림이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한 아이의 아빠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전문적이면서도 세심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다쳐서 병원에 오는지, 병원에 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아이들이 가급적 다치지 않도록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실속 있는 책이다 보니 밑줄 그을 일이 많다.

밑줄 긋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첫째, 상식대로 행동하게 된다. 알고 있어도 지키지 않는 것은 그 심각성과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이 책은 '왜 지켜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상식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둘째, 응급실과 의사를 이해하게 된다. 병원을 가면 의사가 '갑'이고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을' 일 때가 많다. 의사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있지만, 불친절한 의사를 만나면 더더욱 '을'로 느껴진다. 다행히 이 책을 쓴 의사는 친절하다. 의사들의 말을 통역하고 응급실을 대변하는 그의 친절한 글에 지난날 언짢았던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

셋째, 안전습관을 물려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도 안전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어른도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을 때가 많지 않은가. 또한 아이는 점점 부모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CCTV 역할은 지금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아이로 하여금 안전습관을 몸으로 익히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안전을 지킨다면 아이는 몸으로 안전습관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안전 행동이 습관화된다면, 부모가 곁에 없더라도 위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분명히 말하겠지만 이 책은 불안을 증폭시키는 책이 아니다. 안전사고예방법, 응급처지법, 응급실 사용법 등 우리 아이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구급책'이다. 지루하고 딱딱한 지침서가 결코 아니며, 생활에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실용서다.

실제로 우리 가족의 안전습관이 달라졌다. 우선, 구급상자 및 약품들을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하지 말라 아무리 말한다 한들 아이가 들을 리가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았다.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니. 부모의 눈을 피해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아이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둘째, 아이가 조용한 것 같다 싶으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고요함은 폭풍 전야일' 수 있으니. 일순간 고요함이 찾아오면 아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셋째,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잠시 멈춘 후 아이에게 '왼쪽 오른쪽 잘 보고, 차가 안 오면 건너요~'라고 말하며 건넌다. 아직 말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알아듣는 3살 아들의 수준에 맞는 '엄마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넷째, 카시트 사용에 있어서 독해졌다.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이제는 카시트에서 내려주지 않는다. 책에서 배웠듯 아이의 안전습관을 만드는 일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니까. 이제는 아이가 "아빠, 안전벨트!" "엄마, 안전벨트!" 아빠, 엄마 안전까지 생각해준다.

이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안전에 관한 꿀팁을 다량 획득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알면 득일뿐더러 꼭 알아야 할 안전 상식들이다. 부모이든 부모가 아니든, 모든 어른들이 이 책의 내용을 숙지했으면 한다. 더 이상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어른인 우리가 아이들을 마땅히 보호할 수 있도록.

[원문 : https://blog.naver.com/counselor_woo/221523265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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