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에서 미끄러질 때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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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내 신앙 상태를 대변하는 듯한 제목에 확 끌렸다. 그러나 책을 펼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훑어봐도 난해한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첫째는 마음이 무거웠다.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둘째는 부끄러웠다. 지적당할 게 뻔하니까. 나와 같이 은혜를 맛본 경험이 있으면서 은혜에서 미끄러진 사람들이 이 책을 손에 쥐고도, 나처럼 책장 넘기기를 주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독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영혼에 적신호가 울릴 때 방관하지 않으신다. 성경 말씀과 삶의 상황들을 통해 그의 태만함이 몰고 올 위기에 대해 깨닫게 하신다.(212쪽)" 저자의 말마따나 하나님께서는 내 영혼의 적신호를 방관하지 않으셨고, 이 책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는 제목부터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은혜의 빛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둠(죄, 세상의 가치, 자기만족)이 주는 거짓 행복에 취해 있을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 이 책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현재 은혜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자칫 방심했다가는 미끄러져 부패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를 분명히 알고 은혜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100개의 질문과 단편의 글들을 일련의 주제로 엮은 책이다 보니 목차를 훑다가 자신에게 해당하는 질문을 선택해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은혜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비법을 제대로 전수받기 원한다면 통독을 권한다.

지금껏 은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를 수천 번 반복한 것 같다. 하루에도 수십 번 미끄러지는 내가 부끄러웠다. 저자는 신자가 된 사람이 항상 충만한 은혜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신자였던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신자가 된 일보다 더욱 기이한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성화되어도,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안에는 잔존하는 죄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목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종종 의아한 일들을 목격하게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죄성으로 인해 '누구나 미끄러질 수 있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부끄러워하며 죄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죄에 맞서 싸우며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은 죄로 인한 부끄러움에 날선 비판으로 부끄러움을 더하기보다 죄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설복토록 한다. 게다가 신앙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게끔 한다. 덕분에 은혜로부터 멀어져 있는 나를 정직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변명에 불과하지만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태만해졌다. 일반적인 의무만을 이행하고, '이 정도도 어디야'하며 합리화했다. 하나님의 음성을 언제 들었던가.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속았던 거다. 어리석게도 상황에 맞춰 의무를 축소하고는 거짓된 평화를 누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시고 신앙의 위기를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스스로를 경계할 질문들을 만들어 매일 자신에게 물으며 점검하는 것도 태만함에 대항하는 좋은 방법이다"(182-183쪽)라는 저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질문을 만들어 보았다. 이 질문은 나의 현재 신앙 상태에 맞춘 것이다.

1. 오늘 열렬히 그리고 간절히 기도하였는가?
2. 오늘 말씀을 읽고, 삶에 적용하기 위해 애썼는가?
3. 준비된 주일 예배를 드렸는가?

비록 세 가지 질문이지만 솔직히 모두 "Yes"라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쉽지 않겠지만 "성화에는 지름길이 없다."(227쪽)고 하니 그저 기도로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할 수밖에. 부패한 삶을 청산하고 다시 은혜 안에 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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