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줄게요,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 지독히 아파본 당신에게 전하는 문학치유 처방전
전미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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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면 다들 별일 없이 산다. 그런데...삶이 다 거기서 거기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혼자 묻어둔 아픔이 있고 가족과 얽힌 아픔이 있다."(43쪽)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 아물지 않은 상처가 건드려지는 순간 통증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별일 아닌 일에 별일처럼 굴 때가 있지 않은가. 아물지 않은 상처가 건드려진 것이다.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주었으면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98쪽)텐데 상처받지 않은 척하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때도 있으니까. 그럴 땐 없었던 척, 모른 척, 아닌 척, 자신을 기만이라도 해야 한다...하지만...적당한 때가 되면 용기 내어 시도해야 한다. 망각으로 인해 얼룩진 관계, 얼룩진 몸, 얼룩진 삶을 되돌려놓아야 한다."(122쪽) 몸을 씻듯 마음을 씻지 않으면 때가 끼고 악취를 풍긴다고 한다. 관계와 몸과 삶의 얼룩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끼며 세상은 개떡같고 사람들은 있으나 마나고 삶이 버겁다는 이들에게 "들어줄게요,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이 책은 제목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스스로의 삶을 숙고할 용기를 준다. ​

저자는 "숙고하면 인생 전체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음미할 수 있다"(299쪽)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과거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37쪽) 있도록 하며, "자신의 심리를 아는 일이야말로 삶의 질을 가르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만큼 절박한 지식이 또 있을까."(8쪽) 이처럼 절박한 지식을 담아냈다. 읽다 보면 삶의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삶의 퍼즐이 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문학 작품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개작하였다. 그래서 여느 문학 책과 다르고, 여느 심리학 책과 다르다. 문학과 심리학, 각 분야의 웬만한 내공 없이는 쓸 수 없는 글이라 여겨진다. 저자의 문장력이 이렇게 탐이 날 수가 없다. 시인이자 상담사로서의 삶이 곧 책이 된 것이리라.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삶의 벼랑 끝에서 방문한 상담실이 주된 배경이다. 이것이 목차에서 'ROOM'이란 단어를 쓴 이유이지 않을까. 책의 각 장은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심리 용어와 관련된 짤막한 스토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심리학과 문학을 오가며 독자로 하여금 삶을 숙고하고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각 장의 끝에 '문학치유 처방전'을 첨부해 문학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자가 치유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문학 작품을 읽는 수동적인 방법을 넘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라 한다. 특히 소설 같은 현실을 소설처럼 쓰도록 권한다. 그래서 내 삶의 일부를 소설화해보았다. 저자의 현란한 글 솜씨를 베낄 수는 없었지만 저자의 글을 모방해보았다. (중략)

덕분에 내 안의 상처와 고통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확대 해석일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제목은 저자가 만나는 내담자들에게 하는 말이면서,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이며, 독자가 스스로에게 건네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지 않을까. 스스로가 괜찮아질 때까지 자신의 삶에 귀를 기울이길 바라는.

특별히 상담자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초심자들은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다. 지독하게 아파본 자들이면서 따뜻한 치유자가 되길 소망하는 이들이니까. 그리고 문학치유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울 것 같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목욕탕 가듯 누구나 마음의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해 상담실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

(원문 :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495056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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