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 온전한 아이로 키우는 아미시 육아의 지혜
세레나 밀러.폴 스터츠먼 지음, 강경이 옮김 / 판미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흔하디흔한 육아서와는 다른 책을 발견했다. 방법들을 나열하는 여느 육아서와 달리 에세이 같다고 해야 할까. 특이하게도 이 책은 아미시 육아 문화를 관찰하고 인터뷰한 과정과 그 내용을 엮은 책이다. 아미시 육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아미시 문화를 이해해야 하기에 부수적으로 아미시 문화 전반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왜 아미시들의 육아 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가. 보통의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아미시 아이들은 행동이 바르고 책임감이 있으며 성실하기까지 하다. '어른스러운 착한 아이'처럼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도, 억압적인 가정환경에서의 강요된 행동이 아니다. 아미시 아이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고, 행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대체 아미시 부모들은 우리의 어떤 점이 다를까?"(31쪽) 이 책의 저자도 이 물음에서 시작했다.

현대 기술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마다하고 집단을 이루어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마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몇 해 전, JTBC에서 "유자식 상팔자"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2013-2016).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청학동 소년도 예의가 몸에 배어 있는 참 바른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 비해 생각도 깊어 눈길이 절로 갔던 아이다. 마치 아미시 아이들처럼.

청학동 마을 또한 아미시 공동체와 유사하다. 두 집단 모두 신앙을 기반으로 전통을 고수하며 예의를 중시하고 검소한 삶을 산다. 유사한 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아미시 공동체는 가부장적이기보다 가정 중심적이다. 이 다름이 별거 아니라 여겨질 수 있으나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청학동 예절학교로 자녀들을 보내는 것도 바른 아이로 키우는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아미시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육아의 지혜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

읽다 보면 신앙서적이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 아미시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신앙이 빠질 수는 없다. 우리는 종교와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탈무드를 읽도록 하지 않는가(어릴 적에 나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육아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책의 초반에 나오는 육아계의 핫 트렌드인 수유 텀 만들기, 수면 교육 등에 대한 저자의 질문과 아미시 엄마들의 대답은 우문현답 같다. 이어 저자는 "나는 아미시 육아가 '육아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43쪽)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육아는 방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제목처럼 단순히 방법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토록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가족, 공동체, 훈육, 일, 테크놀로지, 믿음'과 관련하여 아미시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삶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함께 관찰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아미시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에 동의하며, 나름대로 자신의 삶에 적용할 만한 육아의 지혜를 발견하는 것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발견한 아미시 육아의 지혜는 다음과 같다

1. 육아는 가족 모두의 일이다​

엄마와의 정서적 친밀감은 아이로 하여금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보통은 엄마(주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중시하는데, 아미시들은 가족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조한다. 육아가 엄마만의 미션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 아이의 관계에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나의 원가족과 남편의 원가족을 포함한 가족 전체와의 관계 안에서 아이가 자라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 전업맘인 나는 무척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스스로 일을 중단하고 전업맘을 선택했지만 뒤처졌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밀려오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다. 게다가 가계 경제를 걱정할 때면 '내가 일을 해야 하는 건가'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미시 엄마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107쪽)고 한다. 왜냐면 "무척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므로"(107쪽). 그렇다. 나는 엄마로서 가족을 돌보는 일과 검소한 삶을 택했다. 나는 무척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삶에서 가르치자​

"아미시 부모는 교육을 아이 삶의 거의 모든 일에서 일어난다고 본다."(180쪽) 그래서 아미시 부모는 "아이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술과 바른 행동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를 옆에 두고 일상의 다양한 일을 한다."(180쪽) 윗물이 맑으니 자연스레 아랫물이 맑을 수밖에 없는 이치다. 일상의 다양한 일을 함께 하며 내 아이가 익히기 바라는 행동을 내가 먼저 보이는 것이 좋은 가르침일 것이다. 그렇게 부모의 삶으로 가르치자.

4. 느리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미시들은 "천천히 말하는 편이고 말하기 전에 할 말을 곰곰 생각한다."(212쪽) 더욱이 "자신들의 삶에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다른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척 신중하다."(291쪽) 아미시들의 신중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교육용 영상은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디어를 접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라고 권한다. 이미 보여줬는데 어쩌란 말인가. 즉, 육아에 있어서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이 선택이 내 아이와 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느리지만 바른길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아미시들처럼.

5. 신앙은 저마다 선택하는 것이다​

아미시들은 신앙을 "자녀들이 선택하도록 허락한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고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예배한다고 해도 신앙을 물려주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375쪽) 신앙만이 아니라 자녀의 삶 전체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부모로서 가르칠 수는 있지만 선택은 아이가 하는 것이다. 그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하나님이 하신다."(391쪽)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6. 가치 있는 사람으로 키우자​

"아미시들은 아이들이 행복 대신에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다."(197쪽)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치 있는 사람으로 키워진 아이들이 결국 무척 행복한 사람이 된다."(197쪽) 나도 내 아이가 그냥 행복한 아이가 아니라 행복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아이가 되길 소망한다. 자신의 이름처럼 베풀 줄 아는 가치 있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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