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이 달의 책은 2013년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작인 <누구>였다.

이 소설은 저성장 시대의 실업난을 겪는 대학생들의 구직활동과 그들의 SNS 활동을 가감없이 소개해 각기 청춘의 아픈 속내를 들여다보게 한다. 주인공인 다쿠토는 연극부 활동을 했지만 예술이나 창작의 길을 외면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착실하지만 절박함이 보여 때로는 처연해지는 리카와 늘 취업활동은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몇 번이고 기업 면접장에서 모습이 발각되는 리카의 애인 다카요시, 그리고 다쿠토와는 달리 큰 노력없이도 어쩐일인지 일이 술술 풀리는 천연덕스러운 고타로와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미즈키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스스로가 보여지길 원하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 간에 차이가 있으며 이 중 누군가는 이른바 '세컨계정'을 만들어 가상의 세계에서 진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고야 만다. 여전히 글을 쓰고, 그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활동을 하는 친구에게 겉으로는 "정말 멋지구나.", "보기좋아. 항상 응원해"류의 말을 할지언정,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하고싶은 말을 가감없이 할 수 있는 계정을 통해서는 대학생의 연극은 역시나 아마추어같다고 비난을 서슴치 않는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인 '누구'가 어떤 의미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체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너는 누구인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를 때 진짜 마음 속 깊이 네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진짜 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타인의 기대와 적당한 관심에 부응하고, 보여지기 원하는 모습을 투영하는 너는 누구인가.

나 또한 가끔 끓어오르는 듯이 하고싶은 말이 차오를때가 있고, 또 어떤 글은 16부작 드라마가 완성 되듯이 흐르듯이 쓰여지기도 한다. 때로는 도발적이리만큼 솔직하게 내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지만, 때론 이 또한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무언의 압박, 동의의 강요 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감정의 배설'은 지양하고자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 정말 솔직한 나는 SNS에는 존재하지 않는가? 가벼운 이야기거리만을 던지고 나를 포장하는데 적합한 이야기만 풀어낸 나는 다쿠토와 무엇이 다른가.

사실 이 소설에서 갈등의 도화선이 되는 '세컨계정'의 존재를 현실세계에서 목도한적이 있다. 그런 것들은 파워블로거, 악플러 등 나와 상관없는 어떤 특정 집단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평범한, 소위 말하는 '지성인'이라는 그룹에 포함시켜도 전혀 논란의 되지 않을 사람의 세컨 계정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 계정이 마치 '일베'스럽거나 저급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배설구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리고, 여과없이 분출할 수 있는 계정으로 사용 중이란 것은 쉬이 알수있었다. 본인 외모에 대한 자조, 사랑받지 못하는 좌절감, 절박해 보여 처연하기까지 한 자기계발 이야기... 그럼 그 계정에서 보는 그녀는 좀 달라 보였을까? '본계'라고 말하는 그녀의 주계정에서도 충분히 보여지는 모습이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발각'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장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글들을 통해 나는 그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순수하게 정말 사람이 궁금한 나로서는 고마운 상대였다. 이렇게 보이길 원하는 사람은 사실 이런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숏컷으로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어느 한 계정의 그녀만이 실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촌스럽고 꼴사나운 모습인 나도, 관찰자인듯이 한발짝 물러서서 사람들을 평가하는 비겁한 나도 그냥 나이듯이.

그래서 나는 그 어떤 누구로 살기 선택할 수 없었다. 누구를 선택해도 그것이 온전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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