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목회 - 새로운 시대 앞에 선 교회의 전망
톰 레이너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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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레이너, <코로나 이후 목회>, 두란노, 2020


인류는 수없이 많은 위기를 직면해왔고, 처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왔다. 물론 모든 방식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인생이고, 역사이니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인류는 다시 한 번 종말에 가까운 전염병을 마주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어야만 하는 변화에 직면해 있다.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어거지로 견뎌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하튼 코로나 위기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코로나 위기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가장 큰 충격을 입은 곳은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는 코로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교회가 팬데믹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이유를, ‘예배에만 치중했던 교회가 약점을 드러낸’ 것라고 지적했다. 교회가 대면예배를 드리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방점은 ‘예배에만’에 찍혀 있다.


대면예배를 드렸더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배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교회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목회>의 저자, 톰 레이너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목회의 방향은 교회를 찾는 성도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런 변화에 맞추어 선제적으로 적응하며 선도하는 교회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말하자면, ‘예배에만’ 치중하지 않는 교회가 어떻게 살아남게 될지를 보여준다.


톰 레이너가 말하는 것은 ‘변화’와 ‘변용’,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세상은 분명히 변했고, 변하고 있고, 변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서도 안 되고,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톰 레이너가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변화에 대처하는 교회의 자세가 중요할 것인데,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가 어떻게 변용할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무엇을 변용할 것인가.


대면으로 진행되었던 예배는 거의 모두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었다. 최소한 온라인으로 송출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예배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수없이 보게 된다. 온라인 예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이 활발해짐으로 영상송출에 관한 많은 정보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교회는 혼란 중에도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비교적 쉽게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수 있었다. 현재는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사역들에 강점을 가진 사역자들을 급구하는 추세고, 재정적 여유가 있었던 교회들은 방송,영상,음향 시스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는 세상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교회를 바꾸고 있다. 


두 번째는 교회의 역할이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교회의 지역성 개념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는 지역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코로나가 알게 해주었다. ‘동네교회’, 지역에서 감당해야 할 교회의 역할이 있을 것인데, 그동안 교회는 내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주변 지역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헌신적인 성도들은 교회를 위한 섬김과 봉사, 훈련에 투입되어 가족들마저 뒷전으로 밀려나게 했던 것이 교회의 실정이었다. 코로나는 강제로 교회 내부가 아닌, 교회 외부로 눈을 돌릴 수 있게 해준 도우미가 된 셈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교회 성도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교회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 단순히 그 나라를 누리는 데만 목적이 있었다면 복음 전파의 사명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복음을 들고 나아갈 지역과 사회가 있어야 한다. 교회는 그동안 이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책임이 코로나를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세 번째는 건물이다. 한국교회의 황금기?에 유행처럼 번졌던 것이 ‘너도나도’ 교회건축이다. 사람들이 몰리면 빚을 내서라도 교회건축에 열을 올렸고, 집 팔고, 차 팔고, 대출을 내서라도 ‘내 교회’ 건축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재정을 쏟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교회건축물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는 때가 있을까. 비대면예배의 여파로 20여명 남짓의 최소 예배인원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주일을 제외하면 큰 건물의 대부분은 놀고 있는 상황이다. 톰 레이너는 이 공간을 지역사회를 위해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교회를 찾지 않는 이유는 교회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교회가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실제로 내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도 좋은 공간이 너무도 많은데, 쓰임을 찾지 못하고 창고로 방치된 공실들이 많다. 이 공간만이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연다면, 교회는 사람들의 발길로 끊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교회로 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은 교회를 ‘사람들’에게 여는 것이다. 


톰 레이너는 미국의 많은 교회들을 상담하고 컨설팅해준 전문가이다. 고민을 털어놓는 미국목회자들의 상황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한국교회와 닮아있는지 놀랍다. 그말인즉 현 미국교회가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무너지고 있다면, 한국교회도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을 내포한다. 톰 레이너는 자신의 팀이 코칭한 대로 실행한 많은 교회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실제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의 처방이 진리는 아닐지라도, ‘변화’와 ‘변용’을 적용하지 못하는 교회는 이미 교회사에서 많은 교회들이 자취를 감추었던 것처럼,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책은 한 손에 쥘 만큼 짧고 얇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알차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바, 우리끼리만 너무 바빴던 교회가 이제는 눈을 돌려 지역과 사회를 위해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부교역자로서 바꿀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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