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평전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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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 바울평전서평, (비아토르, 2020)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성경. 인류가 성경을 목숨처럼 지켜내고, 읽었던 이유는 단순히 성경을 읽음으로써 개인의 삶이 윤택해지거나,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게 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성경은 텍스트 그 자체로 하나님을 드러내고, 하나님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생과 사를 규명한다. 그리고 성경의 권고를 받아들임(믿음)으로써 변혁의 은혜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책이라 할 수 있다. 신자가 누리는 은혜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세상을 변혁시키는 동력이 된다.

 

  그런 점에서 성경을 어떻게 이해(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데,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은 교회의 신앙고백에 따라 성경이 성령의 영감된 글이라 할지라도, 인간 저자에 의해서 기록된 문서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드러냄에 있어, 성경 저자를 이해하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 간단하지 않지만 헛되지도 않다. 저자를 이해하는 일은, 곧 저자를 둘러싼 배경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이 작업은 본래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무엇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바울평전>은 탁월한 역사가이자 신약학자, 그리고 바울 전문가인 톰 라이트가 이미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성경, 곧 바울의 글로써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 바울의 편지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편지들이 가리키는 진짜 무엇을 드러내려는 그만의 ‘Special Gift’인 셈이다. 우리는 <바울평전>을 통해서 바울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울이 깨달은 바 메시야 예수의 복음이 열어젖힌 하나님 나라를 보다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다.

 

  톰 라이트가 작은 화폭에 바울을 그려냄으로써 드러내고 싶은 것은 바울 한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바울평전>은 바울 한 사람을 보다 큰 그림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광활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다소의 어린 사울이 이방인의 사도 바울이 되기까지, 그리고 복음전도여행을 통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잇따라 맞닥뜨리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무엇에 집중해 간다. 갖은 고난과 핍박, 숱한 의심을 받으면서도 끝끝내 놓을 수 없었던 그 무엇’, 그리고 그 무엇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어떤 이유를 이 책 안에서 만날 수 있다.

 

  톰 라이트는 바울의 입체적인 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유대인과 로마인이 그리스 사상가이자 여행자인 바울 안에서 만난다(p. 323)”. 우리가 바울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실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울의 글 자체라기보다 바울 한 사람을 구성하는 배경들이 워낙 복잡하게 얽힌 탓이다. 신자들이 성경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이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사는 현대와 성경의 주무대인 당대 사이에는 그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동떨어진 사회-문화-역사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울을 이해할 수 없다면, 바울의 말은 더더욱 난해한 것이 된다. 이때 성경독자는 유혹을 느낀다. 간단하게 마무리하고 성경을 닫고 싶은 욕구말이다. 많은 사람들이(특히 목회자, 설교자) 그 간격을 단순히 교리적인 몇 마디로 메워버리려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우를 범한다.

 

  만일 독자들 가운데 그런 게으른해석들이 바울이 전하고 싶었던 진짜메시지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있다면, 혹은 성령이 바울을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동의가 된다면, <바울평전>은 바울이 진짜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동안 게으른해석에 자주 노출되었거나, 여전히 그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독자라면 톰 라이트의 바울 설명은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울이 전했던 진짜 무엇을 이해한 그 시대 사람들은 새로운공동체를 이루었고, 무엇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그리고 바울 자신도 삶 전체를 갈아 넣었다. 그 결과 복음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닿아 있다. 그렇다면 바울이 전하고 싶었던 진짜메시지를 궁금해하는 것은 짐짓 가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바울평전>은 한 사람을 소개함으로써, 그 한 사람과 시대를 바꿔놓은 메시야의 복음(죽음과 부활)과 하나님의 나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바울평전>과 함께 그 시대를 여행해보는 일은 생경하지만 흥분되는 도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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