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와 거주하기 - 도시를 위한 윤리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임동근 해제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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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와 거주하기] 사람과 도시의 이야기


벽과 벽이 거리를 이루고,


거리와 거리가 혈관을 이루며,


광장과 연결되는 곳,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인류와 함께 변화해나갈 그곳



바로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과거에도 왕이 있는 왕궁을 중심으로, 도성을 이루고, 그 안에 백성들과 유력가들이 마을을 형성하며


도시가 만들어졌지만, 아무래도 도시가 보다 여기저기 생기게 된 것은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일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농촌에서 농사를 짓거나 가내수공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물량을 생산하는 대량생산의 장벽을 이기지 못했고, 도시의 노동자로서 일하기 위해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발생시킬 수 있는 폐해와 부작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장과 자동차 매연, 석탄등의 난로를 사용하며 생긴 '대형 스모그'(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사건)로 인해 런던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후에 '도시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콘크리트 건물'만이 가득한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발을 맞추어 걸을 수 있는 '호수를 낀 공원', 반려동물과 뛰어놀수있는 '넓은 공원과 산책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도서관', 그러면서도 도시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멋드러진 건축물 또는 조형물까지,


이제 지어지는 신도시에는 '하나의 철학, 하나의 윤리, 하나의 사랑'이 담겨져 있다.


노동과 도시화의 세계적 권위자 리처드 세넷의 저서 


<짓기와 거주하기>는 세계 각국의 여러 도시를 연구하고 분석한 저자의 통찰력답게,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사람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과거에는 도시는 단순히 '공장업무에 지친 노동자들이 단잠을 자는 공간'이었다.


1960-70년대의 산업화가 한창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도시역시도 '산업혁명 시대의 런던'처럼


매캐한 연기와 스모그, 그리고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공장의 매연등으로 회색이 가득한 도시였고


당시의 사회문화를 다루는 문학,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을 살펴보면 '이러한 당시의 무미건조한 도시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이후 민주화와 세계화를 이룩한 현재에는 '도시는 단순히 잠자기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


제마다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인간은 도시를 만들지만, 반대로 도시가 인간을 만들기도


하는' 그러한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다. 부유하고 인프라를 갖춘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과


공장지대와 잠자기 위한 전형적인 배드 타운 형태에서 태어난 사람은 보고, 듣고, 먹고사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 정부주도로 지어지는 도시에는 모두에게 '열린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도시설계기획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곳곳에는 여러 사진들과 도시 이면의 숨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에


400쪽이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도시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의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를 겪고 나서인지,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와 정신이 담긴 건물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야 다시


문화재를 되살리고, '사람과 도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도시에 대해 연구해온 유럽과 미국과 비교했을 때에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단순히 '성냥갑의 아파트'만을 지어나갈 것이 아니라, 40년, 50년, 아니 100년이 지나더라도


오랫동안 사람과 도시모두가 상생해나갈 수 있는 도시를 기획하고 건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불로소득이 되어, 건축이 여기저기 이루어지고 있는데


따지고보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노령화로 인해 줄어들면 이후의 빈집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파리나 런던의 도시들은 수백년의 역사를 갖추고 있음에도 과거의 역사위로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해보면서 책을 읽어나간다면,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생각이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저자는 '윤리'를 강조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간의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수있는 도시' 그런


도시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윤리'는 우리나라의 현재 도시문화가 떠안고 있는 문제점을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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