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어요
김혜경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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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지어요] 엄마의 '요리'는 가족의 '이야기'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더라도, 으레 밖의 일은 '아버지'가 한다면,

가정을 돌보고, 자녀들을 보살피는 일은 '어머니'들이 한다.

남편과 연애시절을 지나, 결혼식을 진행하고, 두 자녀를 낳아 기르게 되면

그때부터 '여자'는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가정주부가 된 그녀만의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주방'이다.

주방은 어머니의 공간이다. 일터이자, 휴식처, 성역이기도 한 그곳에는

남편이나 자식들은 어머니의 허락없이는 함부로 냉장고를 뒤지거나 요리기구를 만지작 거릴 수는 없다.

모두, 고스란히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며, 그녀에게 최적화된 공간에, 식재료를 보관하고, 요리기구들을 배치하는 점에서

주방은 어머니의 공간이다. 


그런 어머니들에게 '주방'은 일터이자 '가정노동'의 산 현장일 것이다.

여름에도 굳은 땀을 흘리시며, 토끼같은 자식들과 늑대같은 남편의 밥상을 차리시는 어머니들의 뒷모습에는

묵묵한 '자리지킴'이 녹여있다. 오래도록 주방에 서시면서,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식재료를 다듬는 그녀의

뒷모습에는 어느새 연약한 여성이 아닌, 씩씩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씩씩한 어머니의 모습에는 또 다른 안타까운 뒷모습도 녹여있다.

주부들이 자주 주부습진과 함께, 동맥경화에 걸리는 이유는 오래서서 주방에서 일하고, 자주 물을 손에 묻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서 있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 그럼에도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박수와 경외심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어머니들의 '밥상'에는, 온갖 정성들이 숨어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평일 음식프로에서는 계속해서 나오는 반복어구가 있다.

그것은 '어머니의 밥상'이다. 


어머니의 밥상은,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어머니의 헌신과 고된 노동의 산물이 숨어있다. 그녀들은 가족들을 위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식재료를 다듬고, 그것을 냉장보관한뒤에 적절한 시기에 꺼내어 요리를 차린다.

그것은 경력 20-30년차의 베테랑 요리사들도 할 수 없는 '신기내린 속도'로 말이다.


요즘은 배달음식이나, 간편식도 많이 나왔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것을 많이 애용하지는 않는다.

돈도 더 들뿐만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더더욱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밥상', 그리고 '요리'에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아버지가 밖에서 꿋꿋하게 벌어온 돈으로 시장에서 장을 보시고, 그 장을 통해서

요리를 하고, 근사한 밥상이 차려진다.


밥상에는 네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밥을 같이 먹는다.

'식구'라는 것, 그리고 '가족'이라는 것은 결국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인 것 같다.

밥을 같이 먹는 다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섭취행위'로만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

고된 가정노동에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항상 감사하며, 시간이 날때에는 작은 일이라도 어머니의 일을 도와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책역시도 그러하다.

27년동안 가족을 위해서 밥상을 차린, 그녀의 뒷모습에는 '가족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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