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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 청소년인권 이야기
공현 외 지음 / 메이데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머피인)을 만난 건(정확히는 머피인이 담고 있는 청소년 인권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한 건)나름대로 청소년기의 절정이라 할 수도 있는 고3, 작년의 일이다.
학교가 싫었다. 숙제 안 해와서 맞는 애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모범생이었지만, 별 생각없이 간 인문계 고교에 나는, 적응할 수 없었다. 처음 하게 된 보충수업도, 밤까지 이어지는 야자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담임-담당 교과 교사들의 주구장창 '입시'타령도.. 계단 벽과 복도를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감옥같다'는 말의 의미를 이 때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야자 안 하는 법을 찾기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만난 게, 머피인의 저자들이 있는 청소년단체 아수나로의 온라인 카페였다.
야자, 두발자유, 체벌, 핸드폰 수거.. 카페에 있었고, 지금 머피인 책 속에도 있는 청소년 인권에 관한 이런 내용들은, 돌아보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교사들 욕 한 번 안 할 정도로 순순히 아무 불만없이 살던 나였지만,
한 번의 마주침은 그 한 번만에 꽤나 내 안에 깊이 자리했다.
머리야 그냥저냥 대충 하고 다녔던 터라, 두발규제나 두발자유나 딱히 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머리 하나 내맘대로 하지 못 하는 현실- 인권의 개념과 마주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고, 생각해보면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내 신체의 자유로부터 내 삶의 자유를 생각하게 되기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부당하다고 말하게 되기까지.
특 히 기억에 남는 게 '핸드폰 수거' 편이다. '애초부터 교사의 일방적인 수업방식이 잘못된 거 아니냐'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방적인 수업'의 당연하지 않음을 꼬집고, 일반적인 인식을 뿌리부터 뒤집어버리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 꽤 강렬했다.
속 에서 매듭 같은 게 하나 '탁'하고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여러번 있었다. 즉,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살았던 것들과의 접함이 꽤 여러번이었다는 소리다. 청소년 인권엔 교육말고도 두발 말고도 정치적 권리니 알바노동이니 독립이니, 심지어 급식 얘기까지 정말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책 차례를 보면 안다. '이런 것까지?' 할 정도로, 정말 구석구석 섬세하게 짚는다.
난, 그것이 이들의 '깊음과 진정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의 삶은, 구석구석 관계되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과 관계를 맺는다. 오로지 '교육'과 '학교' 만이 청소년들의 전부일 리가 없다. 청소년을 정말로 '인간'이라 생각하고, 그 인간의 삶을 고민했기에 거의 잘 안 보이다 시피한 청소년 노동이야기도 정치적 권리 이야기도 쉽사리 건드리기 힘든 친권문제도, 바라볼 수 있었던 거라고.. 그리 생각한다.
'래디컬'이라는 단어가 급진적인 동시에 근본적인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들었다. 머피인과 퍽, 잘 어울린다.
머피인은 래디컬하기 때문에 엄청시리 욕 먹는 책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책이다.
책 한권에 인생이 달라지기......까지야 뭐. 그런 식의 관점은 좀 띠껍지만, 확실히 몰랐던 것과 접함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사람들(특히 청소년들!)의 마음에도, 부디 많은 변화를 불러주길,
언젠가는 그것이 이 뭐같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도록.
- 엠건
(이 서평은 서평대회 이벤트에서 수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