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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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어릴 때부터 매사 모든게 불안했다. 학업, 일, 인간관계, 돈 등등 '앞으로 난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다. 불안함을 다스리고자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기도 했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다. '저렇게 손쉽게 인생이 편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읽은 이유도 비슷하다. 불안함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런데 또 뻔한 소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



작품에는 아무도 진중한 캐릭터가 없다. 다들 허술하다. 예를 들어 경찰은 경찰조사 한답시고 목격자를 불러놓고는 본인이 페이스에 쉽게 말려버린다. 목격자들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말꼬리만 잡는다. 인물이 그토록 가볍거나, 특정 습관을 가지거나, 시니컬한 성격을 갖게 된 이면에는 사연있는 과거가 있다. 코앞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어린시절 부모의 방치, 남편으로서 쓸모없다고 느끼는 무력감, 채무자를 자살로 내몰았다는 죄책감 등등... 과거의 행동과 선택이 모여 지금의 불안함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엉뚱한 선택을 낳는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불안한 사람들, 462p)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 우리는 불안함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난 한심하게 살았어, 더 열심히 살지 못했어, 남들보다 이룬게 없는 것 같아." 과거의 내가 곧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고 느꼈다. 그런데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니 그렇게까지 불안함에 매일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내일도 다를 것이기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책에는 불안함을 없애는 명쾌한 솔루션이 없었다. 오히려 불안함을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역설한다. 작품속 짐이 은행강도를 구해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체포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건 알지만...그런 일도 벌어지고 그러는 거라."



불안함을 피할 수는 없어도, 그것 때문에 좌절하거나 미래를 통제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앞으로 나는 달갑진 않지만 불안함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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