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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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SNS에서 책 표지를 보고 너무 예뻐서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책! 부천영화제 갈 때도 챙겨 갔는데, 부천영화제랑 참 잘어울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B급스러운 면이 있어... 민음사tv에서 아란님이 너무 흥미진진하게 얘기해주셔서 기대가 컸는데, 그래서인지 처음 읽을 땐 기대가 너무 컸나, 그냥 가벼운 장르소설인가, 굳이 내가 이걸 끝까지 읽어야하나 싶었다가 중간에 열차가 끊어지는 지점부터 헐 이게 뭐야!ㅋㅋㅋ하며 끝까지 읽었다.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그간 내가 읽어왔던 한국 소설들과는 다른 결이라서 영화보듯이, 여행하듯이 읽었다. 


여기까지 쓰고 더 쓰기를 미루는 사이 도연언니 신작 <비상선언>을 보았다. <비상선언>을 보는 동안 이 소설이 떠올랐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내가 보고 있는 이 재난 영화가 마치 책에서 다뤄지는 재난 여행 같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비행기가 휘청거리며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장면은 보는 동안 내가 이걸 이렇게 소비해도 되나? 커다란 스크린 앞에 편하게 앉아서 공포와 스릴을 즐겨도 되는지(사실 공포도 스릴도 없음)... 영 마음이 불편했다. 극중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차분하게 직업 의식을 발휘하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후반부에서 송강호가 택하는 방식을 보고는 당황스러웠으며 그로 인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게 과연 성공적인 착륙인가 찜찜했다. 제일 끔찍했던 것은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착륙을 포기하는 거.... 결심은 실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이런 결심을 하는 인물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다니 이 영화는 나쁜 영화야...


그리고 송강호의 선택에 대하여. <밤의 여행자들>의 후반부에서도 주인공 요나의 비슷한 선택이 나온다. 요나는 사랑하는 연인 럭에게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해 말을 한다. 그 대가로 요나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 얘기를 들은 럭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구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비상선언>을 보고는 감동이 아닌 찜찜함을 느꼈는데, 그건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의 유무 때문인가. 무이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조직이 작정을 하고 재난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앞에서 힘없는 개인이 그것에 수동적으로 당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 속 한국은 분명 국가 시스템이 존재한다. 국토부장관이 움직이며 다양한 공조직의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영 힘을 못 쓰고 송강호의 개인적인 희생으로 인해 사건이 마무리 된다. 만약 송강호가 없었다면... 만약 송강호의 아내가 그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면....


올여름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국가와 정치인들은 나몰라라 했다. <비상선언>의 찝찝함이 리얼리즘처럼 보였다. 기후위기로 이런 자연재해는 더 잦아질 거라고 했다. 나 분명 이 책 재밌게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무이는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느꼈는데.... 책 뒤에 실린 비평의 말처럼 무이의 보이지 않는 거대 조직은 우리가 이미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겠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매일을 소중히 즐겁게 살자는 이상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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