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화해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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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부할 때 너무 힘들어서 오은영 샘 영상을 많이 찾아 봤다. 특히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나의 유년시절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다. 딱히 화목한 집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집안 갈등 빼고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오은영 샘 영상을 보면서 내가 많이 통제적인 집안에서 자라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빠는 일 때문에 얼굴 보기 힘들었고, 주로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는데, 엄마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인색하고, 착한 목소리로 자식들을 통제하려 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엄마는 아니었다. 오은영 샘의 말을 빌리자면 정서적 밥을 주는 데 서툰 엄마였다. 이 사실을 알게되니 나 자신이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왜 늘 자신감이 없는지,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인 교류의 말을 힘겨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인정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고, 잘못에 대해 위로를 받아본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에,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를 잘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수험생활 자체가 힘들었던 것은 수험공부가 자꾸만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된 후 고등학생 시절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살아왔는데, 객관식 문제를 푼다거나, 플래너로 공부내용을 기록하는 행위들이 자꾸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막판에는 정말 스톱워치만 봐도 구역질이 났다. 그동한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내 인생에서 유폐된 시절로 생각해왔다. 가장 나답지 않은 시절, 어떤 명확한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억누르고 참아왔던 시절. 그 시절을 스스로가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기는 것조차 싫어서 그 고등학교 3년을 기억속에서 지워버린 것인데, 이번에 공부하면서 그런 트라우마틱한 경험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게 너무 괴로웠다. 


이전까지는 고등학교 시절을 비롯해 어린시절 자체를 되돌아보지도 않으며 살아왔고, 어린시절에 받은 영향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나의 못마땅하거나 부족한 면을 두고는 '나는 원래 이래', '이게 내 성격이야'라고 단정지으며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거나 개선해 나가는 것을 피해왔다. 심지어 그런 건 자기연민에 빠져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지금의 내가 어디선가 뚝 떨어진 게 아닌데... 과거의 어린 내가 자라서 지금의 내가 된 건데... 그때 내게 큰 영향을 준 부모들, 환경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된 것이구나, 라고 남탓 많이 했다. 


그러다가 오은영 샘 책까지 사 읽게 되었다. 재밌는 건.. 공부할 때 이 책을 읽었을 땐 빨려들어가듯이 읽고 자주 공감하며 슬퍼했는데, 시험이 딱 끝나니 책을 읽을 의욕도 사라지도 책 내용도 그많큼 와닿지 않았다. 정말 모든 건 시험탓인가. 그래도 지금이 아니라면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볼까, 라는 생각에 차분히 조금씩 책장을 넘겨보았다. 다 읽고나니 오히려 시험때보다 감정적으로 읽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이 책 덕분에 엄마랑 대화도 많이 하고, 엄마에게 섭섭했던 점들도 많이 털어놨고, 엄마에게 사과도 받았다. 그렇다고 집안 분위기가 바꼈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똑같다. 똑같은 말에 상처받고, 여전히 갈등이 생긴다. 그래도 이제는 그런 말을 하면 각자가 되돌아본다. 내가 또 이랬네. 다음부턴 안그래야지. 서로 조심한다. 이것만으로도 큰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오은영 샘은 행복이란 마음이 편안한 것이라 했다. 너무 공감했다. 나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그게 거창한 게 아니라 정말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고, 충고나 조언, 제안을 가장한 통제 같은 건 받고 싶지 않다. 어떤 게 필요하면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할테니깐 그냥 내버려두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나는 남일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게 내가 자의식이 강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은영 샘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주어진 일을 혼자 스스로 독립적으로 처리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뭐든지 스스로 해결하려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남에게 도움을 청해야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정말 많다. 그때마다 이렇게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매번 고통스럽다. 오은영 샘은 이런 사람들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연습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딱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는 정말 남에게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 내가 영화일이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아주 기본적인 일이어서.. 그것도 무보수나 적은 대가로 '도와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문화가 싫어서 나랑 참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열정페이는 정말 나쁜 거지만 이게 나의 성격까지 콜라보되니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의식이 강한 나의 기질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청하는 연습을 많이 한다면, 내 마음은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공부할 때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뚝뚝 쏟아질 정도로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정말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내가 나자신을 이렇게 진지하게 돌아봤을까란 생각이 든다. 오은영 샘도 항상 말하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물론 나 자신을 알아야한다는 말은 오은영 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안다고 착각했다. 이번엔 시험이 끝나고도 대구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고, 엄마는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 물어보기도 했다. 


나에 대해 알게 되면 뭐가 좋을까. 딱히 직접적으로 좋은 건 없다. 오히려 우울해지거나 슬퍼지기 쉽다. 하지만 나는 '내 성격은 원래 이래'라는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다. 특히 어떤 것을 회피하고 싶을 때, 사소한 실패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지 않고, '아 내가 또 이러는구나', '실패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깐 좀더 편안하게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좋은 사람인데, 나는 원래 더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이러저러한 영향을 받아서 어떤 일에는 너무 쉽게 의기소침해지거나, 피하려 하거나, 강박적으로 하려고 하는구나.. 나의 성격을 좀 유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디서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된 것이니깐 다시 내 의지로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다시 줄여나가려고 한다. 공부할 때 스스로가 자존감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전까지는 자존감이라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꽤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회복될 멘탈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은영 샘을 만나서 회복을 넘어 더 많은 걸 배운 것 같다.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나의 특성이나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겠지만, 이렇게 한번 겪었으니 이제는 나를 마주하는 일을 좀더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는 지나간 일보다 지금의 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앞으로 바꾸고 싶은 것 중 첫번째는 비장한 태도 버리기. 나는 때로 너무 비장하다. 이번 시험도 너무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고 처음부터 잘 하려고 한다. 그냥 하기. 실패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깐 그냥 해보기. 피하는 횟수를 줄여보기. 해보기나 하자. 오은영 샘 말처럼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비장을 버리고 그저 오늘만을 열심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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