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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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김정호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상황이었다. 기대하던 영화라서 그 영화를 보기 전에 김정호에 관한 행적을 서술한 책을 읽고 싶었고, 이 책을 선택했다. 최근까지도 김정호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별로 없으므로 내겐 역사소설밖에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사실 어릴 적에 국사책이나 위인전으로 김정호를 알고 나서는, 그에 관한 정보를 찾거나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지어냈지만 추측해볼 만한 그의 일생을 살펴보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영화 표 값이 아깝지 않게 책과 영화를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처음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을 지나 장년 시절과 대동여지도라는 보물스런 지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애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역사소설 장르적 특성상,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첨언을 가리기가 어려울 수 있으나 김정호에 한해서는 생애적 기록이 알려진 게 없으므로 업적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창작이라고 볼 수 있다. 생애를 재구성한 이 소설을 읽으며, 사실 너무 지어낸 이야기를 열심히 읽고 있다는 생각에 혼동도 되고 중간중간마다 허탈감이 들기도 했다. 몰입을 하다가도 아, 이거 가짜였지 하면서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꺼내 읽기를 반복하여 이 책을 완독하기에 예상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특히 일부 역사 인물들과의 관계도는 실제 일어난 일들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아무튼, 김정호에 대한 역사적 정보가 남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이 아닌가 싶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396쪽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고 했던 말이다. "지도의 조선 팔도는 내 것이로되 나무는 내 것이 아니오. 까짓 나무야 조선 팔도 안에 갇혀 있으니 맘껏 가져가시오"라는 강단 있는 배포와 물 따라 산따라 한 곳에만 머물지 않았던 인물에 대한 묘사를 통해 우리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김정호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굳이 역사적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들이다. 김정호가 역작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라는 성실함과 조국을 생각하는 애국심 같은 것들은 대동여지도를 통해 우리가 충분히 전해받을 수 있다. 즉, 오늘날 한반도 지도와 거의 유사할 정도로 정교했던 대동여지도는 한반도를 남긴 그의 눈부신 성과이자, 민족에 향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과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김정호는 가진 재능에 비해 누리며 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조선 때나 현재나 천재가 태어나면 왜 비운의 삶을 살게 되는 걸까.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재능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타이밍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김정호와 우리 역사에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책을 모두 읽어내기 전에 영화가 상영을 내린 점, 김정호에 애정이 있던 나조차도 책을 쉬엄쉬엄 읽어내야 했던 점 등은 창작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반증인 것 같기도 하다. 한 편의 이야기로 가볍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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