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 죽이기


평소에 미스터리류 소설을 즐겨 찾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달리 여름이 더웠고 더위를 이길 만큼 흥미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여름이어서, 여름이었기 때문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저명한 작가들이 모여 12편의 작품을 재엄선한 미스터리 단편소설집이었다. 미스터리류에 익숙하지도 않고, 장편을 길게 읽어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단편소설집을 택하기로 하였고 나는 짤막한 이야기를 읽으며 더위를 이길 만큼의 흥밋거리를 얻게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의 장점은 세 가지라고 판단했다. 일단 작가진이다. 작가들은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받은 외국 굴지의 문학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 미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뉴욕타임스 34주 연속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을 언제 읽어볼 수 있을까. 두 번째로 세세한 것들까지 신경 쓴 느낌을 받았다. 소제목과 작품 배열 순서를 독자의 흥미를 위해 구성한다든지, 고유명사 표기를 원칙을 가지고 표기한 것, 매 작품의 앞에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한 한 문단 정도의 소개 글이 쓰여 있다. 실은 이력 상 유명해도 우리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소개문을 실은 것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출판사의 또다른 배려여서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가령 어떤 책들은 외국 작가들의 짤막한 소개문을 쓰지 않아 궁금하면, 일일이 검색해보고 찾아보기 일쑤였는데 결정적으로 그런 책들은 개인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구매를 독려하기 위한 장치였더라도, 독자에게 친절함을 선사하는 부분은 꽤 호감을 주었다. 세 번째로 이 책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실려 있어 시중에 유행을 타기 전에 읽는 우월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열두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기밀 고객>이었다. 나는 작품 초반에 대사나, 상황 설명이 많은 것보다는 배경이나 주변을 묘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충 분위기를 가늠하고 사건에 집중하는 편이 개인적으로는 가독성이 좋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기밀 고객>의 초반 묘사 부분이라든지, 단 6페이지였지만 반전이 있는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조레스와 잉갤 대령의 대치 장면에서 독자는 계속 조레스의 입장에서 잉갤 대령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왜 저렇게 몰아붙일까. 저렇게 무례한 이유는 무엇일까. 계속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한 문단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힘은 이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한 문단으로 반전을 주면서, 상황을 종결시키는 힘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또는 흥미 있는 글을 찾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기는 매력이기도 하다. 분량도 짧은 데다가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장르 문학보다는 순문학 장르 작가들이다. 이들의 도전은 시의성을 반영한 면모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그 점이 용기 있는 도전이라 생각되었다. 작품 속 미스터리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작가들의 집필 방법이 순문학이었 때와 달리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밌었는데 이런 미스터리류도 잘 쓴다니 역시 명 작가들답다는 감탄을 했다. 해제자와 옮긴이 같은 경우에도, 워낙 실력 있는 분들이라 보통 외국 문학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여러 기대를 충족해 준 뜻밖의 소설집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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