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본 적이 있다. 일본 유명인인 작가의 관점에서 과연 도덕의 가치가 무엇인지, 일본 프로에서 농담하던 작가의 또 다른 면모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위험한 도덕주의자라는 도서명에 걸맞게 이 책에는 도덕에 대한 관념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주관적 해석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의 의견에 감탄한 대목도 있고, 우스운 대목도 있고, 너무 과장 아닌가 쓴소리로 응답한 대목도 있었다. 작가는 주로 도덕 교과서, 도덕 수업, 도덕적 자세, 도덕 교육, 도덕적이기를 강요하는 사회와 사람에 대해 묘한 위화감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진 도덕관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인사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양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작가에 반해 나는 '인사는 기본예절이자, 도덕적인 가장 쉽게 습득할 수 있는 호감의 제스처'라고 생각했다. '도덕을 익히는 것은 한마디로 인생을 편하기 살기 위해서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장에 나도 '편하게 살기 위해 도덕적이기를 스스로 강요한 적은 없었을까.'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도덕적인 언행은 개인에 따라 아주 쉬울 수도 있고, 익숙할 수도 있고, 낯설 수도 있고 오히려 너무나 어려운 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냥 편하게 살기 위해 도덕을 익히는 것은 편하게 살기 위해 도덕을 익혀본 사람이거나 이미 도덕적인 삶을 살아봤던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원서에서도 그런 것인지, 번역 투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꽤 강하고 분명한 느낌의 문장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단호해서 읽기 불편한 비유가 여럿 있었지만 솔직해서 한 사람과 대담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그냥 한두 번 읽다 말 도서는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도덕'을 향해 과감하게 깨뜨려야 할 가치라고 한 것에서 이미 이 사람은 '도덕'적인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본 도덕이 정말 현대 상에 적합한 도덕인지를 알고 있다고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람이 1947년생인데 이처럼 개방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열린 어른이라는 호감이 들었고, 웃어른의 충고와 조언을 옆에서 듣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독서 시간이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는 시간으로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시 말해 예로부터 전해지는 도덕,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을 때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인생에 목적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라"는 위로와 바로 "메멘토 모리가 바로 도덕의 토대다"라는 메시지, '식사 전에 잘 먹겠습니다.' 하는 인사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눈앞의 식탁에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라."는 작가의 도덕관념이다. 이들은 내게 신선한 귀감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잠재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막연한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시켜 주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처음 유쾌함을 추구할 거라고 여겼던 예상과는 달리 뜻밖의 진지한 고찰을 엿볼 수 있게 되어 흥미로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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