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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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의 이유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선택해 실천에 옮긴 것은 취업도 아니었고, 운동도 아니었다. 바로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 일이었다. 보름 넘게 낯선 이국땅으로 혼자 떠난 여행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레고, 두근거리는 추억이다. 그때는 여행의 이유를 단지 '도피'라고 여겼는데, 도피를 다녀온 후의 나는 너무 자유롭고 편안해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후로 나는 오래 걸리지 않아 직장이 생겼고, 3년째 여행을 가지 못했다. 바쁘면 그럴 수 있다고 당연하게 여기며 지내다 요즘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33명의 여행자가 등장하며 그들의 여행 이야기와 사진들이 들어 있다. 여행 성격에 걸맞은 제목을 필두로 하여 자유롭게 서술된 여행 에세이들이 내가 마치 그들과 동행하여 여행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 있듯이 흥미로운 여행 에세이도 있고, 그저 평이한 느낌으로 읽어내려갈 만한 글들도 있었다. 여러 사람의 짤막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때때로 여행 잡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내가 모르거나 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지와 삽화만큼 주목했던 것은 에세이의 말미를 어떤 문장으로 종결하고 있는 것인가였다. 초반과 중반부의 흐름은 블로그 또는 여느 책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후반부와 말미에 적힌 문장들은 여행을 마무리 짓는 느낌을 주고, 여행에 대한 글쓴이의 소감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책에 글을 쓴 모두는 여행을 떠나라 말하지만 저마다 이유는 다르다. 어떤 이는 예의를 아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떠나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인연의 질김과 허망함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면 가벼운 댄스를 즐길 때처럼 땀샘과 감각과 심장에서 감흥을 느낄 수 있으리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소소함 속에서 살고 싶은 이유를 찾는 행로로 빗대어 말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최치현씨가 쓴 문장이 인상 깊었다. 최치현 씨의 본문에 의하면, 여행이 끝나는 시점 그러니까 죽음의 시점에서 지금을 바라보라 말한다. 나는 여행을 떠나려면 마땅한 이유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으나 일정한 이유와 용기를 이 문장에 빌려온 것 같아 힘이 되었다. 인생이나 여행에서 내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나는 여행을 통해 인연이나 경험, 앎과 배움보다는 사실 살아있는 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추억을 만끽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단면이 마냥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듯 고생만 따르는 것도 아니다. 여행도 그런 것 같다.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고생도 따르고, 뜻하지 않은 고생길에 오를 때도 있지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자격과 처지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격려가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난 이미 여행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겸비한 기분이다. 올해에는 꼭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다짐으로도, 이 책의 흥미와 설득력에 답을 한 것 같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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