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저울 - 수평사회,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고장난 저울

김경집님의 특강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잠깐이지만 명확하고 신랄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그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가 쓴 여러 저서 중에서도 <고장난 저울>을 선택한 이유는 이 책의 화두가 바로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쓴소리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나라의 경제, 교육, 세대라는 의제를 뽑아 얼마나 비평등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이 구조 속에서 차별받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다. 경제, 교육, 세대라고는 했는지 세 가지 키워드와 뗄 수 없는 정치, 사회문화(노후 문제, 왕따 문제 등)를 함께 포괄하여 글을 쓰고 있으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기득권에 대한 열망과 내 위치에 대한 한탄이 뒤섞일 뿐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의심도 되고 사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진 세상에 대한 희망 절반은 소실되어 버렸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7년에 발생한 IMF사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1장 정치보다 경제에서 유린되는 민주주의, 2장 오르지 못하는 부러진 사다리 교육, 3장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그들이 만들어낼 수평 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공감도 했고 반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세 가지 정도 충격이 될만한 대목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사회는 80대 20의 프레임이 깨지고 99대 1 혹은 97대 3의 극단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표현하던 옛날에 적어도 20마리 용이 탄생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3 이하로 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1%가 99%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둘째, 더 이상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미몽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단다. 나는 사실 이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대칭 구조와 비대칭 구조 속에 나는 언제나 피지배층이었다. 그래서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사는 내게 중산층이 되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작가는 유일하게 대칭을 맞출 수 있는 게 정보라고 하였고 책을 읽으라 독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다. 요즘 서울교대 학생들의 상당수가 강남 출신이라고 하며, 요즘 교사들의 중고등학교 성적이 너무 좋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전자는 교육열에 의하면 쉽게 이해되지만 후자는 무슨 뜻인지 처음에 몰랐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높았던 모범생 이력의 교사는 자신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주로 챙기고 살펴보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따랐다. 그런 식으로 서열화되면 이미 '국민'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과 교육 철학을 가지고 교사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작가의 논리다. 나도 이 부분에서는 아주 동감하는 바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졌다. 지금 청년들이 죽어 나가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나는 현재 직업이 있지만 이 직업이 평생 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고장난 저울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지만 정답은 내 살 길을 내가 찾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당장 고장난 저울을 바로 잡을 수 없다면 그나마 무게감 있는 추가 되어 저울의 무거운 쪽에 힘을 보태는 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