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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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이 책이 일본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영화도 흥행했고 한국에서도 개봉한 바 있다. 한국에서의 영화 성적은 저조했지만 스토리를 보았을 때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라고 보인다. <종이달>에 나오는 주인공 리카의 삶은 단지 한 여성의 삶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우리 현대인의 나약한 단면을 신랄하게 빗대고 있다. 주인공 리카는 은행에 정사원이 아닌 은행 시간제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에 은행 시간제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승진하지만 끝내 정직원은 되지 못한다. 부지런하게 책임을 다했다면 리카가 정직원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카는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횡령하였고 주변의 사람을 괴롭히며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기 시작한다. 주변이라고 일컬은 이유는 이 책의 구성이 다른 책과 드물게 등장인물별로 목차 명을 달고 시점과 시선을 서술하고 있어서이다. 같은 사건과 상황을 놓고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본인은 어떤 과거를 지니고 있는지 서술함으로써 모든 인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시들해진 부부 관계와 새롭게 정을 나눈 12살 연하 애인, 현실을 마주하며 감당하기 벅찬 공허함과 허탈감 속에서 주인공 리카는 무의식중에 자기 자신을 잃고 행방불명 되어 버렸다. 행방불명이라고 쓴 것은 바로 건강한 영혼의 부재이다. 건강하진 않더라도 그냥 평범하게 살던 주부가 횡령 사건 스캔들의 사기꾼이 되기까지 그녀가 느낀 위태로움은 과연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우리에겐 낯선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몇 번이나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고 될 대로 되라 싶은 감정을 가진 적이 많았다. 물론 이런 생각이 부도덕함으로 번지면 리카와 다를 바 없겠지만 나는 또 그 정도로 부도덕하지는 않기에 겨우 하루 이틀을 푸념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를 저지른 리카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저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녀가 갇힌 감옥이 얼마나 치열하고 지독하고 아찔한지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마지막 페이지이다. 달아나듯 도피처가 된 치앙마이에서 여권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남자에게 "나를 여기서 나가게 해 줘요."라고 중얼거리는 유카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펐다. 한편 <종이달>을 읽은 많이 독자들이 다음의 명대사를 꼽는다. "나는 무언가를 얻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잃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고민해 보고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는 저 물음이 너무나 공감되어 마음이 무거울 뿐이었다. 왜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찾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 작가의 필력에 감탄스럽다. 추천할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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