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나는 이석원의 광팬이다. <보통의 존재>부터, <실내인간>까지 책이 닳도록 여러 번 읽었다. 심지어 <실내인간>은 줄을 서서 팬싸인회에서 싸인까지 받았으니 그의 문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실내인간>은 소설이라 그런지 <보통의 존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인듯 가짜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가 <보통의 존재>에서 보여주었던 남다른 감각이 어느새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팬을 자처했지만 사실 속으로 보통의 존재에 이은 이번 두 번째 산문집을 더욱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두 번째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나왔다.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은 정말 옛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의 문장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공감'이었다. 그가 써놓은 소소한 문장들은 내가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을 종이에 표현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소개팅에서 만난 김정희라는 여자와의 관계를 솔직하게 드러낸 것은 유명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것들을 내려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에세이 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어떤 상황이나 가치에 대해 내리는 개념에 대해 서술한다. 가령 친밀감을 일컬을 때 "좋아하는 것보단 싫어하는 게 비슷할 때 더욱 강하게 드는 것"이라고 말하다든지.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186쪽이었다. "첫눈이 온다며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삶이 끝나 버린 건 아니야. 그저 인생의 수천여 가지 행복 중 하나를 누리지 못하는 것일뿐." 나는 햇볕이 화사한 날이거나 하늘이 청명하게 푸르른 날, 또는 예로 든 눈이 오는 날에는 딱히 연락할 이가 없기도 하고, 밀려오는 허탈감과 적막감에 몇 번이나 기분이 상했다. 그런데 그는 수천여 가지 행복 중 하나라고 표현한다. 문장의 힘이 이런 것 아닐까. 문장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느낌은 잘 쓰여진 에세이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석원의 문장은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쉬운 문장으로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이석원만의 문체는 사람과 삶, 감정을 매만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제목으로 달았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348쪽에 나온다. "뭐해요?"라는 안부를 그리워하며 엇갈린 인연에 대해 마침표를 찍는다. 나 또한 뭐하냐는 상대의 물음을 매일 매일 기다렸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물음이 끊겼을 때 가슴이 무척 아렸다. 그러나 절실했던 것은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진다. 이 책을 읽고 이석원의 생각과 은밀한 사생활을 더 읽을 수 있게 되어 신기했고 공감할 수 있어 반가웠다. 만약 소설이라 해도 꽤 흥미롭게 읽었을 정도로 솔직한 책이라는 점에서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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