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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아의 시네마 블루 - 기억을 이기지 못한 시네 블루스
주민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8월
평점 :
주민아의 시네마 블루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와 관련된 도서를 눈여겨 보기 마련이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아는 영화가 책에 들어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남들도 나도 아는 영화가 있다면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항상 영화 관련 책을 뒤적거리는 것 같다. 번역가 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주민아가 지은 <주민아의 시네마 블루>는 영화 53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중심보다는 비켜나 있는 주변에 시선을 멈추고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목차부터 마음에 들었다. 코리언 블루 즉, 한국 영화를 뜻한다. 아시안 블루는 아시아권의 영화들, 아메리칸 블루는 미국 영화, 잉글리시-유러피언 블루는 유럽권 영화를 담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우선 순위를 매겨 책을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한국-아시아-유럽-미국 순으로 책을 읽었다. 우선 코리안 블루에서는 14편의 한국 영화에 대해 서술되어 있는데 사실 실제로 본 영화 편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청춘>, <시간>, <고양이를 부탁해>, <가족의 탄생> 정도를 보았는데 잘 모르는 영화더라도 깊은 내용은 쉬운 문장으로 담고 있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청춘>을 상실의 시대와 비교해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남은 까닭, 그 대답을 찾기 위해 계속 살아야 한다."는 대목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주민아도, 나도 11월에 만나게 된 것도 반가운 우연이다. 이밖에 다른 블루에서도 아차, 또는 아하 할 만한 서술이 여러 군데 있다. 시네마 블루는 인간이 삶을 사는 목적과 의미, 감정의 교차와 영화에 대한 애착, 영화 속 인물에 대한 연민이 섞여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절절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서평이나 감상문, 한 줄이라도 자기 공간에 남기는 사람을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이 가진 차별점은 바로 켜켜한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별점을 수놓는 현실성은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읽노라면 영화마다 대화를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인다. 이 책의 말미 '에필로그'에는 존 키츠의 이야기가 있다.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주민아 작가의 에세이집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묻는다. "이런 글을 하나씩 남길 때마다 삶에 더욱 가까이 가는 것일까, 아니면 삶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키츠의 대답을 추측해 "그건 생각하지 말라."라고 책을 마무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물음이 이 책에서 던지는 큰 주제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원론적인 이유 또한 삶과 가깝지만, 또 삶과 멀고, 삶과 비슷하지만 삶과 다르기 때문이다. 소장도서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