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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ㅣ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어릴 적부터 일간 신문을 통해 바둑 기사들의 남다른 실력을 알고 있었다. 바둑알 하나로 바둑판을 넘어 세계를 제압하는 그들은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명석하던 그들의 사고관이 매우 궁금했으나 하나같이 말수가 적거나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더라도 대국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그 생각을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바둑 기사들은 정말 사고관이 뚜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똑똑한 그들의 생각 메커니즘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었으나 그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해두자.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9단 조훈현 기사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팁을 얻고 싶어 <고수의 생각법>이 나오자마자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특하게 '1장'이 아닌 '1단'으로 되어 있어 편집의 세심함을 느꼈다. 이 책은 조훈현의 개인적인 삶과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더욱이 일대의 사건에 대한 조훈현의 시선이 드러나 있어 바둑을 모르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1989년에 있었던 잉창치배 결승 5국에 대한 대목은 마치 내가 조훈현의 옆에서 그와 같은 시선으로 내려다본 것처럼 꽤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 그와 겨루기까지 어떤 기분으로 대응했는지 나와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후반부에 바둑의 세계화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얼마나 명확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책에는 조훈현의 생각, 즉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에 밑줄을 치고 있는데 인상 깊은 구절이 몇 가지 있었다. 대부분 의미가 있지만, 대표격으로 두 가지만 소개한다면 51쪽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잠깐 올라섰다가도 곧 떨어지게 된다.'라는 대목이나, 53쪽에서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으며 자란다. 한 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대목이다. 나는 도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내 과거를 비추어 보았을 때 어리석게 말하거나 담대하게 행동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내 과거를 꼬집어 말하면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는데 이 책을 읽고 배울 점이 많았다.
이 책은 조훈현이 최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갔으며, 특히 조훈현이 최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쓴 것이 아니라 최정상을 찍고 내리막길로 하산하면서 쓴 글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생의 단맛, 쓴맛, 진국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내리막길이라 해서 그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전성기는 지났음을 말한다. 그러나 전설은 전설이다. 170쪽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이런 자세로 삶을 대하는데 어떻게 건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결과가 좋았던 일들은 또다시 좋은 결과를 맞을 습관을 배양하게 하고, 혹 결과가 나빴다면 앞으로는 좋을 것이라는 의지와 희망으로 실력을 다듬는다면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고수의 생각법>은 자기계발서 성격이 있으면서, 수필집 성격도 있고, 철학서 같은 느낌도 든다. 일거양득의 독서법을 구사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