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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예전에 한시를 공부하던 지인의 어깨 너머로 몇 번 읊거나 들여다 본 적은 있었는데 제대로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없었다. 장르 자체가 어려워 보여 쉬이 읽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되었기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것 같다. 그래서 <한시 러브레터>라는 책을 읽으며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보고 싶었다. 요즘 같은 봄날에는 한시를 한 편 읊을 만한 교양이 있어야 했고, 계절과 어울리는 장르라 꼭 읽고 싶었다.
이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차의 제목은 해당 장에 수록되어 있는 한시들 중에서 대표적인 한시 한 편의 제목을 선택해 달아놓았다. 1부는 '국화꽃에 꽂혀 있는 벗의 시'로, 친구에게 보내는 한시를 담고 있다. 2부는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 가요'라는 표제로, "아내, 아들, 막내딸, 오라버니, 조카" 등 가족에게 보내는 한시들이다. 3부는 '대지팡이를 보낸 뜻'으로, 자신의 생각을 특정 또는 불특정 청자에게 전하는 것으로 다채로운 비유법을 엿볼 수 있다. 만약 한시의 풍자를 보고 싶으면 3단원을 권한다. 4부은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로, 옛 문인들이 물건을 주고받을 때 물건과 함께 보낸 시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4부,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이다. 나는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개 선물을 할 때는 작은 카드에 메시지를 적는 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어떤 선물을 어떻게 보내주었는지,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했다. 책에 의하면 선물의 종류는 골동품, 문방 용품, 기호품으로 다양했다고 한다. 차 선물을 줄 때면 선물 받은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따져 몸에 이로운 차를 선물했고, 어떤 스님은 추억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산사로 초대한다는 메시지와 신발을 보내기도 하였다. 가장 재밌었던 한시는 216쪽에 수록된 이달의 '친구여, 비단 살 돈 좀 주시게'이다. 세상에서 가장 곤란한 부탁인 돈을 꾸는 메시지를 시라는 장르를 통해 정말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옛날 이달은 사랑하는 기녀가 있었는데, 그 기녀는 보라색 비단 치마를 갖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달은 돈이 없었고 벗인 최경창에게 돈을 꾸는 시를 지어 보낸다.
중국 상인이 강남 저자에서 비단을 파는데
아침 해가 비치니 보라색 연기가 나는 듯.
아름다운 여인은 꼭 치마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화장대를 아무리 뒤져 봐도 돈 되는 게 없구려.
이 시를 받은 최경창은 시 한구절에 쌀 열 석씩을 계산하여 모두 40석을 보냈다고 한다. 보라색 비단을 보라색 연기라고 비유한 것이나, 화장대를 찾아봐도 돈 되는 게 없다는 표현을 통해 경제적 여력이 없음을 암시한 것은 감탄할 만하다. 때로는 낭만적이고 때로는 유쾌하며, 때로는 기가 막힐 정도로 풍자적인 한시들을 읽으면서 처음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바뀌었다. 한시에 담긴 의미들은 지나칠 정도로 감성적이고 일상적이며 타인을 향한 숭고한 마음이었다. 옛 문인들의 재치와 감각에 감동하면서 마음이 고단할 때마다 이책을 찾겠노라고 다짐했다.
[한우리 북카페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