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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ㅣ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위로의 그림책>의 메인에 그려진 우주인의 모습을 보며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우주인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옛날 청소년 시절 읽었던 <파페포포시리즈>와 비슷할까. 아니면 이외수의 <아불류 시불류>와 비슷할까. 사실 두 권과 사뭇 비슷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위로의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의 방식에 대해 흥미가 갔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심리적 상태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그리 각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입장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 각 챕터명이다. 각 장별마다 키워드가 40~50개 정도씩 적혀 있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정작 본문에서는 그 제목이 생략되고 내용만 있어서 역으로 추적해보는 것도 이 책을 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제목으로 '도미노'가 목차에 적혀있다. 그런데 정작 해당하는 10페이지로 넘기면 '도미노'라는 제목은 생략되고, "그대여 제발 혼자라는 생각에 쓰러지지 말기를 그대가 쓰러지면 그대를 사랑하는 나도 그대가 사랑하는 그도 쓰러져 버린다"라고만 쓰여 있다.
그림책이라는 책 제목 답게 사실 이 책에 쓰인 문장을 기대하고 펼쳤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처음 프롤로그에서도 위로라고 하여 일말의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겨 보니 인상 깊은 문장은 드물었다. 놀라울 것도, 감탄할 만한 것도, 감동할 것도 없이 너무나도 상투적이라 단숨에 읽히되 기억에 남는 문장이 거의 없다는 게 흠이었다. 처음 목차를 보았을 때에는 미로, 잔고, 광, 비상구, 뉴스 등 흥미로운 제시어들이 많아서 어떤 문장들이 삽화와 함께 구성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완독한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문장력이 떨어졌다. 반대로 그림의 경우에는 눈길이 가는 페이지가 일부 있었으나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장과 삽화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삽화를 예로 들면 흔히 기프트샵에서 파는 엽서에 그려진 깔끔한 이미지 정도라고 보인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몇 문장을 꼽으라면 88쪽에 "이른 아침 알람을 매일 투덜대며 끄고 있다면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일찍 도착해 지루해 하는 것이 늦게 도착해 당황해 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청유형 내지는 평서문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 책의 장점을 찾으라면 첫째, 종이 질이 깔끔하고 좋아서 뒷장이 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이 질이나, 컬러에 비해 가격이 적당한 편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둘째, 청소년기에 접어든 여학생에게 선물하기 무난하다. 그러나 책에서 제시한 어른들에게 위로의 선물로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끝으로 페이지 상의 텅 빈 공간이 많은데 일부러 비워둔 고도의 전략인지, 의도하지 않은 여백의 미인지 모르겠다. 심적으로 흥분되거나 역으로 절박해졌을 때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