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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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명량 붐이 일어나고 나서 최근까지 김경진 작가의 임진왜란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통영도 다녀와 임진왜란과 충무공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역사를 알고부터 유성룡과 징비록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전란 시기에 유성룡을 비롯한 관군들의 지혜와 적나라한 조선의 실상을 이책을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읽고 싶었다. 요즘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위기가 잦은데 7년간 선조들의 참상과 견주어 삶의 가치를 재고하고 싶기도 했으나 손꼽은 또다른 이유는 이재운 작가가 쓴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이 책은 총 1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전체 분량을 놓고 보면 여느 소설책과 큰 차이가 없다. 프롤로그에도 나와 있듯이 징비록은 조선 선조 때 서애 유성룡이 낙향해 있을 때 집필한 것으로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뒷날의 어려움에 대비하자는 뜻으로 지은 책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는 유성룡의 징비록과 징비록에 참고가 되었던 이효원의 호종일기가 주를 이룬다. 당대 조선과 일본, 명나라의 상황을 신랄하게 묘사하였다. 예를 들면 세 나라 인구부터 자세히 언급한다. 조선의 경우 세조 때 조사한 것으로는 70만호에 4백만 명, 동원 가능한 군사는 모두 85만 명이었다. 여기서 군사는 16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자를 가리키며, 양반과 백정, 노비와 승려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0만 양병설이 나올 만큼 병력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명호옥에 모인 참전 구인만 30만 명이 넘었다. 백성은 천만이 넘고, 구주와 본주의 인구만 5백만이 넘는단다. 28쪽에 보면 일본군이 조선에 진입할 경우 맞서 싸울 책임자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중 내가 아는 사람을 표시해보니 얼마 되지 않았고, 수적으로 열세인 전투를 위해 여기에 적히지 않은 많은 선조들이 얼마나 희생하셨을까 새삼 경건해졌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했지만 역사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언급한 점이다. 그러나 이점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디부터 얼마만큼이 소설적 허구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아마 역사적 지식이 공고하게 있었다면 이점을 효과적으로 셈하며 책을 읽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징비록은 1592년에서 1598년까지 7년 동안 벌어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전투를 담고 있으며 가장 혼란스러웠던 위기의 상황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가령 시끄러운 조정과 소신 없는 왕,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이순신에 대한 백의종군령 등 유성룡은 7년 전쟁 내내 조선군의 중심에서 관찰한 전쟁, 전술, 나라 사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하였다. 


대내외적으로 치욕적인 상황과 탐욕의 혼재, 일부 기득권의 횡포는 읽을수록 분통이 터졌지만, 반대로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희생을 감수하였던 전사자들이 있었다. 377쪽에 보면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하거나 죽은 지휘관들의 명단을 수록하였다. 자료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자로 적어둔 선조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역사적 위기 상황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은 세계화 시대라 하여 물리적 대치 상황이 없을 줄 알지만 문화만 다를 뿐 은연중에 강대국의 지배를 받거나 억울한 처지에 놓일 때가 없지 않다. 국내 사정도 그리 풍요롭지만은 않다. 우리는 그럴수록 불편하지만 절실하고, 그중에서도 떳떳하게 살아간 선조들의 삶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그것이 전국민적으로 향유되었을 때 우리는 반성하고 다시 힘을 얻지 않을까. 최근 방영된 드라마 징비록 시청률이 10%도 되지 않는다. 옛날 태조 왕건이나, 허준, 주몽처럼 꼭 인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소설 징비록 뿐만 아니라 여타 많은 징비록 역사서가 읽힐 테니까 말이다.



[한우리 북카페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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