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는, 아니 적어도 20대라는 한창 청춘이라고 일컬을 만한 시기에서는 때때로 직장이나 사회 구조에 불만이 생겨도 지르면 지르거나 과감하고 용맹하게 굴 수가 있었다. 그래도 주변인들은 젊어서 그렇겠거니 적당한 조언으로 이해해주었고 직장 상사는 상담을 해주셨다. 물론 우리는 경쟁 관계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깊이 있는 상담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존법에 대한 나만의 방법을 구축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그들의 조언이 얕아도 이해되었고 내가 귀담아 듣고 싶지 않은 부분은 그냥 지나치면 될 일이었다. 근데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내가 한창이었던 시기는 지나고 한 명의 직장인으로 삶의 목적과 성공에 대한 동경을 현실화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책은 저마다 가진 직장인들의 고민을 조금 덜어주는 서바이벌 실천 방법이 담겨 있으며 혼란스러운 문제가 생기면 나만의 서바이벌 키트 만들기 양식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견줄 수 있게 하였다. 직장인들이 찾고 있었던 책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책은 크게 여섯 가지 파트로 나뉜다. 파트1은 직업으로, 직장 다닌다고 직업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제이다. 물론 직장과 직업은 반드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책의 파트 1장 제목을 보고 나니 더욱 이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어 파트2는 경험, 파트 3은 관계, 파트4는 배드 뉴스, 파트5는 역사, 파트6은 균형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관계와 배드 뉴스, 균형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 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진정한 친구를 내편이면서 가상의 적이라고 말한 것이 인상 깊다. 중간 중간에 작가가 인용하거나 참고한 것들 중에도 꽤 괜찮은 책이나 글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관계 부분에서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나 미국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2010년 1/2월호에 자살의 심리학 같은 것들이 있다.
또 인상깊었던 다른 사례는 164쪽, 파트 6 균형이다. 여기서는 GPS라는 용어를 인용하는데 우리가 알던 GPS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GPS는 고, 플레이, 스톱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고에 관한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작가는 친구의 진로 고민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디까지 일에 미쳐봤니?"라고 묻고 있다. 그러면서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칙센터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을 소개하는데, 1만 시간의 법칙은 가령 이런 것이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십년 간 연습한 것이다. 35~45세에 자신의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책의 맥락에 의하면, 십년을 잡아 1만 시간 동안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30대나, 40대 초반까지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부분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과연 어떻게 미치란 소린가. 작가는 이에 1장으로 다시 돌아가 읽어보라고 말한다. 우문현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에 관련한 관계를 맺으며 좋은 것은 삼키고 쓴 것은 뱉으면 된다.
결정적으로 서바이벌 키트 6가지를 참고하면 좋다. 각 장의 말미에는 서바이벌 키트 만들기 문제가 나와 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서바이벌 키트 만들기3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는 바로 1년 간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던 사람에게 연락하기이다. 그리고 2번은 강한 연대에 속하는 다섯 사람을 찾아 그들에게 도움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냥 아는 지인, 그리고 알고는 있지만 연락하지 않는 지인, 가장 친한 지인으로 나누어 알맞게 요령을 적어주거나 할 일을 제시하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해보니 1년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이 있었고 그 지인과 같은 업종 종사자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반갑기까지 했다.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는데 신기했다.
사실 누구나 이 시기에 이런 문제를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다. 직장과 직업에 대한 회의, 관계에 대한 회의, 균형과 나의 미래에 관한 회의 등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모두 자신의 꿈과 현실을 위해 하는 고민과 고뇌이다. 일에 몰입해 미친 듯이 야근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조금만 힘을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리석게 요령 없이 막연히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이책에서 조언하는 것을 참고하여 좀더 융통성 있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작가는 180쪽 마지막 장에서 서바이벌 키트에 왜 GPS가 중요하냐고 작가는 묻는다. G 고-어디까지 미쳐서 갈 수 있는지, P 플레이-일이 아닌 일에 어디까지 가봤는지, S 스탑-멍 때리며 어디까지 생각해봤니라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것일거다. 나는 내 일과 놀이, 그리고 멈춤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에 대해 한번도 생각했던 적이 없다. 일과 놀이가 구분될 수 있는지, 그 사이의 자투리 시간에 어떤 것을 할지 진지하게 성찰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책의 서바이벌 키트를 해보면서 과연, 어디까지 일하고 놀았으며, 큰 그림을 그려봤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일하고, 놀고, 쉬는 것이 바로 작가가 책 표지에 써놓은 쿨하게 생존하는 방법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주변에 회사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문성을 획득해야 하는 준비 시기, 또는 10년 중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 아닐까 싶어서다. 앞으로도 이책을 벗 삼아 나의 미래에 대한 GPS 생존법을 찾기 위해 고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