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글쓰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장석주가 쓴 <느림과 비움의 미학>, <일상의 인문학>, <들뢰즈, 카프카, 김훈>, <이상과 모던뽀이들> 등을 읽은 적이 있었다. 책과 독자의 궁합을 따진다면 나는 장석주 작가의 책을 제법 재미있게 읽는 축에 속했고 이번 책도 기대가 컸다. 문장쓰기와 글읽기에 관한 내용도 눈길이 갔지만 특히 5장 광장에 대한 내용이 읽고 싶었다. 언젠간 나도 장석주 문장가처럼 이런 분야의 글을 집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책을 꽤 무겁게 읽어갔던 것 같다.


글을 쓸 때 고립과 고독은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글쓴이는 글을 쓰기 위해 경험에 기인한 기억과 상상력에 의지해 한 줄씩 이어나가는 것인데 우리는 은연 중에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단어들을 취사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풍부한 경험을 해야 기억력과 상상력이 보강될 것인데 또 막상 고립과 고독을 향유해야 한다니 창의 안과 밖처럼 조금 모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의문은 곧 몇 장을 넘어가자마자 작가가 해답을 던져주어 허무하게 해소되어 버린다. 글은 쓰는 자들은 세계 안의 체류자, 비밀 누설자, 자기 자신과 세상에서 달아나고자 하는 도망자로 묘사되어 버린다. 내가 인지하는 고독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는데 어쩌면 글을 쓰는 행위에 있어 굉장한 동력이 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장에 나온 작가의 연장통은 마치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말하자면 문장을 어렵게 써서는 안 된다. 꼬아서도 안 된다. 어렴풋하게 써서도 안 된다고 95쪽에 서술되어 있는데 이러한 조언은 학생인 시절 숱하게 들어왔던 말들이었다. 간결함을 해치는 군더더기를 피하고 확실하고 간결하게 쓰라는 장석주의 말은 한때 중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라던 교수님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장석주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끊임 없이 서술하고 있는데 또 인상깊었던 대목이 일기 쓰기였다. 나는 종종 SNS 공간에 일기를 쓸 때가 있는데 요즘 들어 보여주기 식의 폐해에 신물이 나서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책은 일기 쓰기가 끼치는 긍정적인 단면에 대해 말하고 있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다만 SNS가 아닌 나의 일기장에 말이다. 책에서는 '나 혼자만을 위한 진짜 일기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기는 작가에게 자기 수련의 장이라고 하는데, 때때로 무엇이든 습작했을 때 소위 글발이 받는다고 만족한 적이 있었던 걸 보면 다시 일기를 쓰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은 마지막 부분은 바로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광장'이다. 광장에서는 12명의 대표 작가(김연수, 헤밍웨이, 김훈, 하루키, 허먼 멜빌, 피천득, 샐린저, 다카시, 최인호, 박경리, 카뮈, 헤르만 헤세)의 문장법이 등장한다. 작가의 주관적인 고견일지도 모르나 이미 문장이 좋고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12명이기에 굉장히 흥미롭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면서 이 부분만 발췌해 책으로 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40년 동안 독자로 살고, 15년 동안 편집자로 살고, 40년 동안 저자로 살았다. 책을 맹신하며 찬양하는 대목도 좋았고, 글쓰기가 구원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는 용기 있는 고백도 재밌었다. 끝으로 이책의 가장 말미에 장석주는 "언젠가 피와 무의식의 잉크를 찍어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며 책 한 권을 쓸지도 모를 당신에게 이책을 바친다."고 써두었다. 수많은 노하우들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으나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작가를 희망하거나 글쓰기에 소질이 있거나, 혹 그 분야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 또는 나같이 글을 잘 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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