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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평점 :
40일간의 남미일주는 최민석에세이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순서로 40일간의 남미 일주를 매일매일 기행문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어디서 운전하세요?
"콜롬비아요."
순간, 치안 센터 직원은 아까 만난 항공사 직원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맙소사. '하지 마요. 하지 마요. 그 말 하지 마요'). 그리고선 (내 절규와 같은 내부의 외침에 상관없이) 내가 수십 년간 들어왔던 유의 대사를 했다.
"콜롬비아에선 운전 못 하는데......."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호수가 에메랄드빛에서 핏빛으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직원은 인간 자동 응답기처럼 설명을 해줬는데, 우리 정부와 콜롬비아 정부는 협약을 맺지 않았기에 콜롬비아에서는 한국 면허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과테말라와 파라과이, 에콰도르에서는 운전자를 맘껏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모두 내가 가지 않을 곳들 뿐이다.
"콜롬비아, 사루비아, 아싸라비아."
(잘 나오네요.)
다른 부문에 대해서까진 모르겠지만, 멕시코는 적어도 공중화장실에 관해서만은 투명하다는 인상을 준다. 공항의 화장실 개인 칸 문이 모두 반투명이었다. 물론, 내부가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화장실을 설계한 원래의 용도 외에 다른 무언가를 하면 밖에서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반투명하다(팔에 얇은 바늘의 주사기만 꽃더라도, '어어. 저 친구! 여기서, 거 참!이라 할 수 있는 구조다). 위아래가 한국 화장실 칸에 앉아 있어도 화장실 밖 여성들의 대화,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다.
참고로 내 옆 칸의 남자는 무슨 심산인지, 용무를 보며 아내와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는데, 덕분에 나는 그가 양고기로 만든 케사디아랑 아내가 만들어준 오르차따(전통차)를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멕시코인들은 확실히 숨기는 거 없이, 투명하다는 인상을 준다.
눕고 싶을 즈음, 휴가지인 섬에 도착했다.
어땠느냐고?
내 옆 선베드에 있는, 플로리다로 이주한 콜롬비아계 부동산 중개인 알레한드로가 마이애미 부동산 경기를 한 시간 동안 설명해줬고, 나를 버스에서 주먹으로 쳐서 깨운 아주머니는 구아바를 자져와 내 입에 넣어주며 생색을 냈고(자기가 사온 게 아니라 원래 여행사 측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섬 내 칵테일 바의 바텐더는 내게 "39일짜리 여행이라니, 와우. 꼬레아에서 찾는 사람 없어요?"하며 친구 없는 내 아픈 현실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아무도 나를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콜롬비아인들은 의외로 살갑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 중 내게 딱 하루뿐인, 정확히는 여섯 시간뿐인 이 '섬에서의 휴가'를 마이애미 부동산 동향만 함께 예측하며 들을 순 없기에, 시간을 쪼개 바다 수영도 하고, 마르가리타도 마시고, 낮잠도 자고 - 이봐 민숙, 마이애미에 좋은 집이 있어. 쎄울(Seul, 서울)보다 싸다니까!" 내가 자는지 모르고 한, 이 말 때문에 깼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글도 썼다. 휴가를 와도 나는 작가니까(그리고 보면, 나도 참 열심히 산다).
나는 작가란 이런 사람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자신이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뿐이다. 작가 자신도 어찌 전개될지 모르는 이야기를 만들어준 이는, 그러니까 사실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지, 진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타이핑했을 뿐이지만, 그들은 몸으로 이야기를 써주었다.
"또도스, 무차스 그라시아스(모두 고마워요)!"
최민석 에세이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중남미 여행을 하며 저자가 겪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매일 매일 읽기 쓰듯이 기행문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어요.
평소에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관련 책자를 많이 읽어봤는데, 대부분 여행정보 책자라 관광지, 숙박시설, 맛집, 여행 팁등을 보기 좋게 정리해 놓았지만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화들은 부족했어요.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유명한 맛집, 여행지 등 여행정보가 가득한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준비과정 여행을 하면서 겪은 실수와 여행지에서 중남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가끔은 호구도 되고, 공항과 숙소 등에서 겪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고산병으로 인해 이동할때마다 약을 먹어가며 여행을 하고 나라별 약국에서 겪는 에피소드까지~
가끔 지루한 여행관련 에세이들도 많은데,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첫장을 넘기면서 부터 전혀 접해보지 않은 나라들이가 그런지 저자가 겪은 매일 매일의 여행기록을 담은 일기 형식의 기행문이 흥미롭고 재미있고 그 속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조언들이 많아서 더욱 재미 있게 읽었어요.
남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40일간의 남미 일주』를 미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