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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개정판으로 최근 출간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를 읽어봤어요.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대표작은 『그 많던 상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로 중고교 권장도서에 선정된 도서이기도 합니다.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는 3부작으로 구상된 자전소설중 2부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6.25전쟁 동안 작가가 스무 살의 처녀로 겪었던 체험을 회상하는 작품입니다.
꿈꿨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
안방에선 올케가 오빠 다리의 총구멍에 심을 갈아 끼우고 있었다. 종아리는 바싹 말랐는데 총구멍은 생생하고도 깊었다. 심으로 박은 일 센티 너비의 가제는 그 안에서 서리서리 끝도 없이 풀려 나왔고, 새것을 집어넣을 때도 꾸역꾸역 한없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지켜보는 동안의 숨 막히는 고통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저 구멍이 차라리 심장을 관통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안 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그 생각은 뜨겁고도 오싹했다. 밖에서 뭘 보았느냐고 오빠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무도 못 보았다고 대답했다.(p. 11)
임진강만은
넘지 마
일사후퇴 후 달포가 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던 사람 사는 모습이 별수 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희네하고 좀 더 왕래가 잦아졌다는 것 외에는 길에서 인민군 외의 민간인과 만나지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는데도 분명히 우리가 손댄 일이 없는 집들이 사람 손을 탄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것도 인기척만 같아 반가웠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따고 들어간 집 앞에서 느끼는 죄의식이 가벼워져서 좋더니만 빈집털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p. 48)
겨울나무
그 여름이 가고 가을 되고 겨울 될 때까지도 나는 하루 만에 오빠를 매장했다는 죄의식에 시달렸다. 오빠가 무덤 속에서 난 안 죽었다고 무서운 얼굴로 살아 나오는 꿈을 꾸고 또 꾸었다. 그러고 나면 눈물 한 방울 안 흘린 죄값처럼 온몸이 흥건히 식은 땀에 젖어 있곤 했다. 내 마음속의 오빠의 무덤은 살아서 몸부림치다 다시 죽은 흔적으로 봉분에 쩍쩍 금이 가 있곤 했다.(p.209)
6.25 전쟁시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총상을 당해 만신창의가 되어 돌아온 오빠와 주인공의 가족들은 다친오빠와 피난을 갈수 없어 서울에서 숨어지냈다. 한때 인민공화국에 협조했다는 불안감으로 그런 혐의 때문에 받는 박해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피난을 못가고 우물에 물을 기르러온 정희라는 아이를 알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이웃이 있다는데 식구들에게 위로가 되길바라며 그집과 왕래를 하기 시작한다. 먹고 살기 위해 피난을 떠나 비어있는 빈집들을 밤마다 찾아다니며 올케와 식량을 훔치러 다니던 어느날부터 인민군외에 민간인일 만나는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데도 어느날부터 빈직들이 사람손을 탄 흔적이 보여 겁이나기 시작했다. 정희네는 병영 한가운데 있는 형국이어서 인민군의 출입이 잦았다
주인공은 마부신씨로부터 인민위원회에 나와 강위원장을 도와달라는 제의를 받고 가족들과 살아남기위해 인민위원회에서 일을 하지만 갑자기 인민군이 철수를 하면서 신씨에 의해 오빠의 총상이 들통나면서 주인공과 올케는 어린조카 1명을 데리고 북으로 강제로 피난을 떠나게 된다.
"곧 만 나게 될거예요. 임진강만 안 건너면요."
올케의 재치로 신씨를 벗어나 임진강을안건너고 구렁재마님의 도움으로 파주 교하면에서 머무르던중 세상이 변하면서 다시 국군이 들어오고 무사히 서울 돈암동으로 돌아와 가족과 다시 재회를 하고 우연한 기회에 향토방위대 대원으로 근무하며 월급은 없어도 점심, 저녁은 해결할수 있었다. 평화롭게 안정을 찾는가 했더니 또다시 한강 이남으로 피난을 가라는 후퇴령이 내려져 가족들과 떨어져 향토방위대원들과 피난을 갔다 향토방위대가 해체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근숙언니의 제안으로 어린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첫장사는 며칠만에 실패를 하게되고 어려운 시대상황속에서 빈곤, 악운, 질병등에 시달리며 오빠의 죽음과 암매장은 해야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근숙언니에게 부탁해 미군부대 PX에 취업을 하게 되고 점점 그곳에 그 시대에 맞춰 살아가다 결혼을 하며 이 소설은 끝이났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는 소설이 아닌 자전소설이라 소설을 읽을 수록 1940년대에서 50년대로 들어서기까지의 철모르던 순수했던 스무살의 처녀의 눈앞에 절박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우리세대는 6.25는 교과서로만 배워 저자가 겪은 시대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을 통해 그시대의 아픔과 절망과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수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 주인공이 었다면...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작가의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