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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7월
평점 :
[책 소개]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 인가'로 나에게 친숙한 김영민 교수님.
김영사에서 이번에 김영민 교수님의 아포리즘을 길어올려 출판했다.
책 제목을 보고 가벼운 고백 ."가벼운". 이라는 단어를 한참이나 곱씹어봤는데, 이 부분에서 이미 드립을 성공하신건 아닌지 싶었다.
가볍지 않다!
그런데 가볍지 않다는 것. 그건 이미 김영민 교수님 이름만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무겁고 재미가 없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읽으면서 혼자 쿡쿡 거린 부분들이 많았고, 내 마음에 숨을 불어 넣어준 문장도 있었고, 그날의 내 기분을 한결 낫게 만들어 준 문장도 있었다.
오로지 내가 느낀 그의 "가볍지 않은" 고백에서 느낀 촌철살인 그 자체인 문장들과, 쿡쿡 거린 문장 등으로 책 소개를 해보려한다.
드립이 당신을 자유케 하리라
가벼운 고백 p.13중에서
발문에서 우리는 드립의 세계에 먼저 발을 들이고 드립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 인간들은 어쩔 수 없이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게 되는데, 기존 언어가 만든 프레임을 비틀 수 있는 한 인간은 다소 자유롭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드립인간은 자신을 포획하려는 프레임을 인지하되 그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가벼운고백 p.14 중에서
우리는 갑갑한 프레임과 현실속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기 위해서 성찰적 드립을 추구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나 역시 드립이나 치고 있을 시간이 어디있어? 라고 되물었지만, 뒤이어 저자는 답을 한다.
세상은 분노할 일로 가득차있고, 인간에게는 주어진 현상보다 나은 상태를 꿈꾸는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은 우리를 좌절케한다고.
그럴때에, 분노하는 우리는 그 분노와 혐오를 날 것으로 발설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노를 날 것으로 발설하는것은 패배이며, 이런때에 좀 더 심미적으로 패배하기 위해 우리는 드립인간이 되어야 한다.
[밑줄 친 문장]
페이스pace와 페이스face를 잃지 않고 자기 생을 완주하는게 중요하다. 다들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격려가 필요하다.
가벼운고백 p.38중에서
과학을 혐오하는 최적의 방법은 과학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비과학적인 걸 늘어놓고 그걸 과학이라 하는 것이다. 삶을 혐오하는 최적의 방법은 삶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삶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벼운고백 p.67중에서
인간이 지옥의 피조물인 줄도 모르고. 바보같은 조물주.
가벼운고백 p. 153중에서
미국의 작가 매일린 로빈슨은 고교 시절 선생이 해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음은 평생 살아야 할 대상이니 아름다워야 한다."
가벼운고백 p.204중에서
이것이 나의 산책 예찬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재능이 있다. 혹자는 살아남는 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 척 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데 일가견이 있다.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며 산책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삶을 원한다.
산책보다 더 나은게 있는 삶은 사양하겠다.
산책은 다름아닌 존재의 휴가이니까."
가벼운고백 p.218중에서
[마치며]
책표지에 왜 귀여운 풋사과인가 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언제 농익는지 알 수 있는가, 어쩌면 매 순간마다 만나는 일상들은 풋사과를 먹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만 할 때가 있고, 너무 시어서 인상을 쓰게 될 때도 있고,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풋사과 말고 잘익은 사과가 먹고 싶어 뾰루퉁 할때가 있고,
어딘가 떨떠름하지만 뒷맛은 어설프게 달콤한 사과를 먹으면 그런대로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매일 풋사과를 먹는 일. 그런대로 나쁘지 않고 좋지도 않을 수도 있다.
살아가는 건 그런걸까.
김영민 교수님의 일상속에 있었던 풋사과들도 그랬으리라 생각이 되며, 또 그런 찰나에서 이 문장은 모두 쓰였겠지.
책 속 219p에서은 "진정한 여행은 여행 전의 기대와 여행 후의 기억이 있듯 진정한 삶은 살기 전의 꿈과 살고난 후의 기억이 있다."라고 한다.
그럼 살아가면서의 기억과 나의 문장들은 어디있는가? 하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가벼운 고백이라 하였으나 가볍지 않은, 그냥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문장들.
그 자체만으로도 함께 한다는 위안을 준다.
살고픈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출판사의 홍보문구가 있었는데, 이에 정말 동감하며.
'오늘의 나', '그 문장을 만났던 그 순간의 나'와 함께 해준 김영민 교수님의 "가벼운 고백"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