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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침해하는 - 12345 Family Story
이기영 지음, 구름이 그림 / 담다 / 2022년 9월
평점 :
가족 간 생긴 틈. 그 틈새사이로 지나간 시간들과 가족들과 함께였던 시절. 형제가 모두 어렸던 시절. 부모님은 젊었던 시절. 그 시간속에서 가족을 다시 글로 그려본 책이다.
가족을 친밀히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과 틈 안에서 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표현하기에 오글거릴 만큼 서로의 장점보다 결점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며, 무례함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었다.
아침에 저질렀던 실수가 운 좋으면 저녁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몇 날 며칠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때론 남보다도 못한 행동에 남보다 더 날을 세워 거리를 두기도 했으며, 넘지 말아야 할 미묘한 선을 침해하면서 큰 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점점 무소식이 희소식이 되어 가고 아주 불편했던 진실들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음에도 이 틈을 친애하고 침해한다.
-친애하고 침해하는 프롤로그 p.13중에서-
작가는 이 가족구성원 중에 오남매 중 넷째이다.
첫째 둘째 = 딸
셋째 = 아들
넷째(작가본인) = 딸
다섯째 = 아들
이렇게 구성된 성비의 넷째로 자라며 기억속의 부모님, 할머니, 자기의 형제들에 대해 여러 일화와 함께 추억들을 회상한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의 부모님은 정말 오남매를 차별없이 키우셨구나, 느껴지는 부분들이었다.
챕터3 1조 1항 :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
에서는 집안 자두나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집 앞에 심겨진 자두나무는 모두 일곱그루 였으며
부모님을 비롯해 오남매 각자 소유였다.
자기 자두나무는 직접 관리해야 했고, 자기 나무에 열린 자두만 따 먹을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
만약 다른 나무 열매가 먹고 싶다면 반드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5번 막내동생과 공조해 다른 나무에 손을 댄적이 있다는 4번의 작가 본인.
그리고 3번의 친구들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자기 가족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3번의 친구들에게는 후하게 자두를 내주었던 솔직한 일화는 우리 누구나 한번쯤 내뱉어 보았던 말.
가족은 남보다 못하다 라는 말이 웃음과 함께 떠올랐다.
서로의 틈을 좁히는 일화도 있다.
바로 위 3번 오빠가 학교에 갈때 그 당시 학교에서 나왔던 삶은 달걀 하나를 먹지않고 미취학인 4번 5번 동생을 위해서 남겨왔던 일.
학교 갔다온 오빠를 호칭이 햇갈려 형이라 부르고, 형아가 학교 갔다와서 가방을 내려놓으면 셋이 나란히 앉아 달걀 하나를 나눠 먹는다.
달걀 껍찔을 까고 반으로 갈라 반쪽씩은 4번 5번 동생에게 주고 껍질에 붙은 달걀 흰자를 조금 떼어먹은 속깊고 어린 오빠를 다시 바라본다.
오남매라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서도 모두 각자의 선을 지키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각자 일상을 보낸다.
글을 마치고 에필로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 서로 친애하지 않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침해 하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런 틈을 통해 멀리 보고 길게 가려 한다. 고여 있든, 흘러넘치든, 틈이 생기든, 또는 메워지든 반복되는 모양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존중하려고 한다.
-친애하고 침해하는 p.222중에서-
가족이라는게 정말 어떤 모양새인지 정의를 하고자 한다면 그 만큼 무모한 질문이 있나 싶을 만큼 답하기 어렵다.
나도 내가 유년기에 지냈던 나의 가족. 현재 내가 남편을 만나 꾸리는 나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중간으로서 무난히 흘러간 날이 드물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고, 혼자서 돌아선 날들도 있으며 더러는 상대를 아프게 한 날도 있다.
이러한 일들로 가족구성원들 틈이 생겼다면, 그 틈을 통해서 나의 가족을 다시금 바라볼 수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틈새 머물 수 있게하며 다시금 가족간의 사랑의 온도를 높여주는 가슴 따뜻한 에세이 <친애하고 침해하며>를 추천한다.